가맹점 자영업자 3년 매출 분석
배달 수수료가 매출 8.4% 차지
주문 받아도 순수익 5%에 그쳐… 배달앱, 영업이익률 20% 고성장
정부 수수료 조정 접점 못찾아… 배민측 “배달앱 이용때 성과 좋아”
“3, 4년 전만 해도 배달 앱과 함께 가게를 키워 간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나 같은 사람이 배달 앱을 괴물로 만든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 앱이 자영업자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너무 높아졌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23일 수도권의 한 매장에서 만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A 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치킨 배달로는 적지 않은 월 70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 그동안 배민에 의존해 온 A 씨는 수수료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는 돈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 “매출 30% 늘 때 수수료는 3배로 증가”
28일 동아일보가 A 씨 매장의 최근 3년간 4개월씩의 배달 매출과 비용을 살펴본 결과 해당 매장은 2022년에 월평균 2200건가량의 주문을 배민으로 접수해 5900만 원가량의 배달 매출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이 매장에서 지불한 중개 및 결제 수수료는 평균 230만 원. 배달 라이더 등이 받아가는 배달료를 제외하고 배민이 받아가는 각종 수수료 지출이 전체 배달 매출의 3.9%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2900건, 7600만 원의 배달 매출을 거두면서 수수료 비용이 월 640만 원으로 치솟았다. 2년 사이에 배달 주문과 매출은 30%가량 늘었지만 수수료는 2.8배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4%까지 커진 것이다.
이 2년 동안 이 매장은 개당 8만8000원을 내면서 배달 앱 내에서의 노출도를 높이는 이른바 ‘깃발 꽂기’ 광고료를 1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올해 최고 9.8%로 인상된 중개 수수료 비용은 7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급증했다. A 씨는 “앱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는 잘 모르겠지만 오픈리스트와 한집배달, 배민1플러스 등 신규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며 “자영업자들이 배민 앱 내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으려고 경쟁하면서 점점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마진 5% 불과… 배달 중단 가게 속출
최근 정부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꾸려 수수료율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2022년에 배달 수수료를 9.8%로 올린 쿠팡이츠와 올 8월 수수료율 인하 전까지 12.5%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던 요기요 등이 무료 배달 등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자 배달 앱 업계 1위인 배민도 6.8%였던 수수료를 9.8%로 올리면서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의체가 8차례 회의에도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배달을 아예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의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 외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올해부터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해 매달 1000만 원 안팎의 배달 매출을 올렸는데 정작 손에 남은 돈은 거의 없던 탓이다.
지난해 10월 그가 운영하는 매장이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국내 배달 앱 3사를 활용해서 올린 배달 매출은 910만 원. 이 중 광고료로 30만 원을 사용했고 중개 및 결제 수수료로 68만 원이 들었다. 배달 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료(177만 원)까지 더하면 임대료와 식자재 등과 무관한 배달 관련 비용으로만 매출의 30%가량이 빠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이 기간에 B 씨가 배달로 거둔 순수익은 매출의 약 5%인 50만 원에 그쳤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C 씨 역시 B 씨와 마찬가지로 올해 초부터 배달을 포기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거둔 배달 매출은 1850만 원이었지만 광고료(50만 원)와 중개·결제 수수료(136만 원), 배달료(360만 원)까지 제하면 순수익은 70만 원에 불과했다. 이 프랜차이즈 대표는 “올해 배민에서 수수료를 더 올린 후 배달을 포기하려고 고민하는 지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실제 수수료 부담 계속 관찰하며 대응해야”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히 성장한 배달 앱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는 시각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매출 3조411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를 넘긴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면 한시 조직을 꾸려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하는 식으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기업 활동에서 적정한 비용(수수료)을 산정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수수료율을 강제해도 기업은 다른 비용으로 전가할 수 있다”며 “정부가 업종별, 규모별로 점포 단위의 실제 부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모니터링하다가 필요한 시점에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배민 측은 “경쟁사보다 낮았던 수수료율을 뒤늦게 올린 것일 뿐”이라며 “매장별로 상황이 다를 수는 있지만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더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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