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선 참패로 리더십 흔들
달러화 강세 맞물려 엔저 복귀
다시 달러당 160엔 넘을 수도
한국 수출기업-증시에 악영향
일본 집권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참패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강달러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일본 엔화 가치가 약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등 ‘슈퍼 엔저’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2시 기준 달러당 152.94엔에 거래됐다. 이날 엔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엔화 가치가 소폭 올랐지만, 전날에는 엔-달러 환율이 153.88엔까지 상승해 엔화 가치가 7월 31일(153.89엔)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다.
7월 초 달러당 162엔까지 치솟았던 엔화는 같은 달 31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140엔대로 떨어져 강세로 돌아서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1일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다시 달러당 150엔대로 반등하면서 ‘엔저 현상’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특히 27일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취임 한 달 만에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경제 정책을 비롯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졌고,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가 참패하면서 엔화 추가 약세가 이어질 개연성이 커졌다”며 “이시바 총리가 조기 퇴진하게 될 경우 일본은행의 긴축 기조 전환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는 것도 엔화 가치를 억누르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트럼프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감세와 관세 인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달러화 가치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행의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전까지는 대외 변수, 특히 미국 대선 결과가 엔화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7월 최고가였던 달러당 162엔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엔저 현상이 과거처럼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 내다봤지만, 엔화 가치 하락 자체가 한국 경제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한국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들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엔의 동조화로 원화 가치도 하락 시) 환차손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지만 내년에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일본은 올해보다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아지면서 엔 약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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