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에서 영풍 측에 3%포인트 뒤처진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의 20%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우호적인 우리사주조합(자사주를 소유한 근로자)에 우선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보다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기존 주식 2070만3283주의 18%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체 금액으로 따지면 약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12월 3~4일 청약이 진행돼 신주 상장은 그달 18일에 이뤄진다.
고려아연은 주당 발행가액으로 제시한 67만 원에 대해 “일종의 추정(예상)가로 실제 확정금액은 일반공모 청약일 전 가중산술평균주가(5일전부터 3일전까지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할인율 30%를 적용해 최종 확정된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조치를 두고 “조달한 자본으로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도 사용할 것”이라며 “(영풍 측의)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해 임직원과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35.4%로 38.47%인 영풍 측에 3.07% 밀리고 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양측 모두 동일한 비율로 보유 지분율이 낮아진다. 이후 신주의 20%를 최 회장 측 우군으로 평가받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최 회장 측은 36.06%를 확보하게 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35.56%)을 근소한 차로 앞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150만 원을 넘어섰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에 30일 오후 110만 원 미만으로 급락했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이날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짓밟는 행위”라며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마련할 것이다”고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31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시장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진행하기로 했다. 양사의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려아연 주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8일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된 불공정거래 조사에, 15일에는 회계 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의 조사 경과를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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