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비트 등 올해만 M&A 5건 이상
정부 허가 필요해 진입장벽 높고
꾸준한 성장세로 안정적 수익
유사업체 모아 기업가치 끌어올려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이 연이어 조 단위 규모의 폐기물 업체를 사들이는 등 폐기물 업체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허가 산업’이라는 특성상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에 인수 후 일정 기간 뒤 투자금 회수를 노려야 하는 PEF에 안성맞춤인 투자 분야라는 평가가 나온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들도 속속 폐기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서 화학제품을 얻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글로벌 화학 업체도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 올해만 폐기물 M&A 5건 넘어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5건 이상의 폐기물 업체 M&A가 잇달아 진행됐다. 인수자는 대부분 국내외 PEF로 국내 폐기물 업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최대 ‘빅딜’은 태영건설이 내놓은 ‘에코비트’로, 국내 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2조700억 원에 인수했다. 스웨덴 펀드인 EQT도 국내 PE인 제네시스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KJ환경을 1조 원 넘는 가격에 사들이기로 했다. 제이엔텍(인수자 어펄마캐피탈-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 KC환경서비스(에퀴스), 창원에너텍(젠파트너스) 등도 PEF들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폐기물 산업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성장세가 이어져 수익도 보장돼 있어 PEF들에게 인기 있는 투자 분야다. 여기에 국내 폐기물 업체들은 대부분 소규모 형태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데 유사한 업체들을 사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는 ‘볼트온(Bolt-on)’ 전략만으로도 기업 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회사 덩치를 키우면 폐기물을 사들일 때 협상도 쉽고 단가도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며 “여러 개 회사의 전산만 단일화해도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SG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폐기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SK그룹은 2020년 폐기물 업체 EMC홀딩스(현 SK에코플랜트)를 1조 원가량에 인수한 뒤 의료 폐기물 업체와 전자 폐기물 업체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GS그룹은 GS건설을 앞세워 2011년 글로벌 수처리 업체 이니마(현 GS이니마)를 인수하는 등 폐기물 관련 산업에 일찌감치 진출했다. 2019년에는 자회사인 에네르마를 통해서 이차전지 재활용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 폐기물 추세 변화, 소각 지고 재활용 뜨고
폐기물 산업이 발달하면서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2010년에만 해도 소각 및 매립 업체들이 인기였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소각 가격은 연평균 10.3%, 매립 가격은 31.4%씩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부터 폐기물 수급 경쟁이 벌어지면서 단가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최근엔 재활용 업체의 가치가 올라가는 추세다. 특히 플라스틱이나 산업폐기물로부터 금속자원 등을 추출하는 도시 광산 등 재활용 가치가 높은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제네시스PE가 EQT에 매각한 KJ환경이 대표적이다. KJ환경은 대표적인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로, 제네시스PE는 2020년부터 수도권에 흩어진 10여 곳의 플라스틱 업체를 사들여 회사를 키웠다.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7년 2조8436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화학업체들은 플라스틱을 열분해해서 나프타나 폴리머 등 화학 제품을 얻어내는 화학적 재활용 산업에 관심을 보인다. SK, LG, 한화, 롯데 등 국내사들을 비롯해 독일 바스프, 미국 이스트먼,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등 글로벌 업체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일찌감치 해당 분야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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