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드러나면 엄중 처벌”
주관 미래에셋증권 현장조사 착수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예고한 고려아연과 관련해 감독 수단을 총동원해 불법행위가 있으면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31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 관련 증권사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한다는 계획, 그 후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요 사항을 빠뜨린 것”이라며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 조사에도 착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0월 11일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라고 공시했다. 그런데 10월 30일 증권신고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이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라고 기재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에 이미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면서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숨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함 부원장은 “미래에셋이 (고려아연의 유증 계획을) 알았거나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10월 30일 이사회에서 기습적으로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안을 발표했다. 고려아연 측은 “조달 자본으로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에 사용하겠다”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2.5조 유상증자 제동 걸릴 수도
고려아연 유상증자 조사
금감원, 공개매수 과열도 조사
“양측 모두 회계처리 위반 혐의”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자 주주들도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일으켜 공개매수를 진행하더니, 이제 그 차입금을 갚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다고 반발하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30일 29.94% 폭락했고, 31일도 7.68% 하락 마감했다.
금감원은 10월 초부터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양측의 공개매수 양상이 과열되자 불공정거래 조사도 이어오고 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과 영풍 양쪽 다 회계 처리 적정성에 대한 위반 가능성을 심사 중이고, 일부 위반 혐의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주관사 현장 조사 등에 나섬에 따라 향후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등을 통해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고려아연 정정요구서는 11월 14일 효력이 발생하므로 금감원은 그 기간 내 정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과 관련해서도 2차례에 걸친 정정신고서 요구를 통해 철회시킨 바 있다.
한편 이날 금감원은 최근 1300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신한투자증권에 대해서도 “개인적 일탈, 조직적인 문제에서 심대한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개인, 조직에 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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