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반도체 시장]
고성능-최첨단 중심 공장라인 재편
하이닉스, 6세대 HBM 개발 주력
삼성 전영현, 반도체 ‘릴레이 토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메모리 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공장 라인을 조정하고 포트폴리오 수정에 나섰다. 범용 반도체의 부진, 인공지능(AI) 등 첨단 부문에 대한 시장 수요 확대라는 반도체 시장 급변에 따라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의 생산 비중을 기존 40%에서 연내 20%까지 줄일 방침이다. 그 대신 좀 더 고성능인 DDR5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또 최첨단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량을 내년에 지금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범용 라인을 축소하고 HBM 확대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범용 메모리는 PC,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 침체 장기화와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DDR4 8Gb(1G×8 PC용) 가격은 7월 말 대비 23.5% 떨어졌다. 낸드 128Gb(16G×8 메모리카드·USB용) 가격 역시 두 달 새 39.2% 급락한 상태다.
이처럼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D램에서는 DDR5 및 HBM에, 낸드에서는 기업용 낸드인 eSSD(엔터프라이즈 SSD)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eSSD는 AI 서버에 활용되는 기업용 프리미엄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7∼12월) 양산이 예상되는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특히 SK하이닉스에 내준 주도권을 뺏기 위해 6세대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은 3분기(7∼9월) 실적발표 바로 다음 날인 1일부터 임원들과 ‘릴레이 토론’에 나섰다. HBM 이후 크게 흔들리는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고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찾기 위해 집중 논의에 들어간 것이다. 전 부회장이 5월 취임 후 임원들과 연쇄 토론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사업부와 먼저 토론을 진행했고 이번 주 시스템LSI,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부문별 임원들과 순차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 반도체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아 임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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