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 대만 TSMC를 비롯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 인공지능(AI) 산업계를 이끄는 거물들이 4일 ‘SK AI 서밋 2024’에서 SK그룹과의 ‘파트너십’에 힘을 실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AI 투게더, AI 투모로우’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는 혼자서 혁신하기 어렵다”며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의 구축 운영과 서비스의 개발까지 가능한 전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다.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각 분야 세계 최고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전분야 글로벌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SK AI서빗은 그룹 차원에서 매년 개최하던 행사지만, 올해는 글로벌 석학과 리더들을 대거 초청해 규모를 키웠다. AI 반도체와 서비스, 에너지 계열사를 통해 AI 중심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이날 무엇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팀 엔비디아’의 협력이었다. 고성능 AI가속기를 만드는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간 끈끈한 결속을 재확인한 것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 회장의 기조연설 중 영상으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컴퓨터 아키텍처 분야 거장으로 꼽히는 데이비드 패터슨 UC버클리대 교수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와 함께한 HBM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더 적은 메모리로도 더 정확한 연산을 수행했고, 동시에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했다”고 했다. 인텔 공동창립자인 고든 무어가 제시한 ‘무어의 법칙’은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두 배씩 증가한다는 개념이다. 공정 난이도 증가에 따른 반도체 미세화 한계로 이 법칙이 종언을 고하는 듯 했으나, AI 반도체 기술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을 황 CEO가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SK하이닉스를 향해 “솔직히 말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메모리대역폭을 이용할 수 있길 바라며 공격적인 (HBM) 제품 출시 계획이 빠르게 실현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많은 측면에서 하이닉스와 공동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황 CEO가 최근 자신을 만난 자리에서 6세대인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달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황 CEO는 뼛속까지 엔지니어인데 마치 한국인 처럼 ‘빨리빨리’를 요구한다”며 “그때마다 하이닉스가 바빠지고 ‘즐거운 비명’이라고 얘기할 수 도있지만 양산 수율을 맞춘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에게 가능하냐 물었더니 최대한 해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HBM4 12단 제품을 내년 출하할 예정인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48기가바이트(GB) 16단 HBM3E를 개발해 내년 초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웨이저자 회장도 영상으로 등장해 “AI 혁명 뒤에는 반도체 산업이 주도해 왔던 에너지 효율적 컴퓨팅 기술의 놀라운 발전이 있었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하나의 칩에 1조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SK의 반도체, 통신, 데이터센터, 에너지 등 협력적 AI생태계에 대한 비전과 MS의 비전이 일치한다”고 AI파트너십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대담자로 직접 무대에 오른 그렉 브로크먼 오픈AI 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인공 일반지능(AGI)을 개발하는 것이며,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내가 한국계라는 그는 아내가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AI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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