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밸류업지수를 기반으로 한 5110억원 규모의 12개 상장지수펀드(ETF), 1개 상장지수증권(ETN)이 4일 동시 상장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저평가된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 2024)에서 밸류업 상품에 대한 상장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증시에는 5110억원 규모의 13개 ETF, ETN 상품이 동시 상장됐다. 삼성, 미래, KB, 한국, 신한, 키움, 한화, NH, 하나가 패시브 ETF를, 타임폴리오, 삼성액티브, 트러스톤이 액티브 ETF를, 삼성이 ETN을 각각 상장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한국증시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해야 할 때”라며 ▲밸류업 프로그램 적극 추진 ▲글로벌 경쟁력 강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올해 초 정부와 거래소는 상장기업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기업이 미래 경영목표를 공시하면 투자자가 이를 고려해 투자하도록 하고, 기업과 투자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기업이 본질적 가치 회복하고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이사장은 “내년 6월 파생상품시장 야간 거래를 도입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접근성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외국인 투자의 국내 유입이 확대돼 한국 자본시장의 수요 기반이 더욱 확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최근 들어 우리 증시의 성과가 해외에 비해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며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마음도 무겁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밸류업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다”며 “무엇보다 기업들의 인식과 관행과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위는 상장 기업 스스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소통해 나갈 수 있도록 종합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한편,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참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케빈 스니더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밸류업 ETF를 통해 한국의 성장스토리를 함께 만들기를 기대한다”며 “한국의 밸류업은 한국증시의 세계적 매력을 높이고 있고, 한국 증시는 국제적 규모로 성장할 준비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리 S&P 지수부문 글로벌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족됐다”며 “밸류업이 한국 기업들의 가치를 강화하고,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콘퍼런스 첫날인 4일에는 밸류업 프로그램, 한국증시 제도개선, 상장지수상품(EPT)시장 발전방향 등 3개 세션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주요 이슈가 폭 넓게 다뤄졌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의 밸류업 정책방향에 대한 발표를 시작으로, 밸류업 지원을 위한 경과와 계획,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연계 ETP 신상품의 활용방안 등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전략이 활발히 논의됐다.
정지헌 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내년 5웧 밸류업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을 하고 우수사례를 전파할 것”이라며 “공시 참여기업 중 우수한 성과를 기업을 선정해 표차라고, 세무회계 3대 분야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상무는 또 “연내 100개사 이상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는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것”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본시장 체질 재선의 전환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믹소 다스 JP모건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은 옳고, 한국은 자발적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모이고 있다”며 “JP모건은 이같은 노력을 지지하고 있고, 장기적 프로세스를 통해 한국의 밸류가 높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다스 전략가는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소개된 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련 종목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는 추세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고, 한국의 밸류에이션은 저평가돼있다”며 “비효율적 자본관리와 낮은 주주들의 참여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자사주 매입이 부족하고,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다른 나라에 비해 멀다”며 “한국의 ROIC가 1.3% 정도인데 5~12%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거버넌스 스코어가 낮은데 특수관계인 거래, 지배주주 관련 우려사항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미래사업본부 상무는 “밸류업 지수 개발 과정에서 지수를 기초로 하는 후속지수 수요를 확인했다”며 “저평가주, 중소형주 등을 대상으로 하는 후속지수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밸류업 지수의 연내 리밸런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가 당초 기대에 비해 상당히 실망스러웠고, 그래서 밸류업 100개 종목 중 공시기업은 7곳 밖에 없었다”며 “다만 현재 기업들의 공시가 늘고 있고, 내년과 내후년까지 지속성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밸류업 기업 등의 홍보부스, 밸류업 기업 1:1 미팅, 글로벌 투자자 라운드테이블도 개최, 국내외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사 마지막날인 오는 5일에는 ESG 공시 및 파생상품시장의 미래의 2개 세션과 투자자 대상 밸류업 기업 CFO 간담회가 개최된다. 한국증시의 지속가능성장과 신규 투자확대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도 이어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향후 제도개선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