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서울 그린벨트 푼다…서초 2만채 등 수도권 5만채 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5일 17시 34분


뉴시스
정부가 서울에서 12년 만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서초구 2만 채 등 수도권 4곳에서 신규 주택 총 5만여 채를 공급한다. 서울 강남권과 서울 경계 10km 이내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곳에 주택을 지어 공급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 의왕·고양·의정부시 등 4개 지방자치단체는 5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5만400채를 공급하는 신규 택지 후보지 4곳을 발표했다. 후보지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 채), 경기 의왕시 오전왕곡지구(1만4000채), 고양시 고양대곡지구(9400채), 의정부시 용현지구(7000채) 등 총 689만 ㎡(약 208만 평) 규모에 달한다.

2026년 상반기(1~6월) 지구 지정 후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가 목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서초구 공급 물량의 55%(1만1000채)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총 3만 채 규모의 신규 택지를 추가로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분양까지 5년, 입주까지 7년 이상이 걸리는 중장기 공급 계획인 만큼 당장 서울 도심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절반’ 서초 서리풀지구에 2만채… “단기 공급부족 여전”


서울 12년만에 그린벨트 해제 추진
서초 우면-내곡동 등 221만㎡ 대상
강남권 집중된 수요 쏠림 완화 나서
2029년 분양, 2031년 첫 입주 목표
“입주까지 7년걸려 단기공급 한계”

정부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대적으로 푼 건 올해 들어 크게 오른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다. 특히 상승 거래가 이어지는 강남권 집값을 안정화하고 공급 부족에 따른 추가 집값 상승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서초구에만 2만 채를 집중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신규 물량은 최소 5년 뒤에나 분양에 들어가는 데다, 임대 물량을 제외한 일반 분양 물량은 충분치 않아 수요 분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서울 서초구에만 2만 채 집중

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구 서리풀지구는 서초구 원지동, 신원동, 염곡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에 총면적 221만 ㎡로 조성된다. 여의도 면적(450만 ㎡)의 절반에 달한다. 공급 규모는 2만 채로 국내에서 가장 큰 단지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8채)의 1.7배다. 서리풀지구는 지구 가운데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있고, 강남역까지 직선거리가 5㎞에 불과한 핵심 입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2년 그린벨트를 풀어 조성한 내곡 보금자리주택지구(4630채)가 서리풀지구를 둘러싸고 있다.

서울 19개 자치구에 있는 그린벨트 가운데 서리풀지구가 후보지로 꼽힌 건 강남권에 집중된 수요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 넷째 주까지 서초구 누적 상승률은 7.9%로 25개 자치구 중 성동구(9.29%) 다음으로 높다. 대출 규제 이후 전반적으로 거래가 줄었지만 강남권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언제든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분당선 추가 역 신설을 검토하고, 역을 중심으로 고밀 개발할 계획”이라며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경우 용적률을 250%까지 높일 수 있고 필요시 추가 상향할 수 있다”고 했다. 지구 위쪽 지하철 3·4호선 양재역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과 연결되는 대중 교통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후보지 발표와 함께 해당 지구와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즉시 지정해 투기성 토지 거래를 차단하기로 했다.

● 2031년 첫 입주…단기 공급 부족 해소 못해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 계획을 밝혔지만 당장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공급으로 볼 수 있는 분양 시점은 2029년, 입주 시점은 2031년이 목표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2027년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차가 크다. 반면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3만7000채로 추산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5년 3만 채, 2026년에는 8000채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구 지정 이전부터 보상 작업에 착수하고 지구 지정과 지구 계획도 동시에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후보지 발표부터 지구 계획 수립까지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한동안 서울의 입주 물량이 부족해 잠재 수요자들의 심리를 안정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토지 보상 등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요소가 발생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과거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차질을 빚은 사례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9~2012년 수도권에 32만 채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곳곳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지구에 임대주택이 절반 정도 차지하다 보니 집값 하락을 이유로 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님비(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심화했다. 보금자리주택을 총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규모 택지 보상 문제로 자금난을 겪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분양 시장은 침체하고 대기 수요가 전세시장에 몰려 전셋값이 급등하기도 했다.
서울 2만 채 가운데 55%가 신혼부부에 할당되는 만큼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공급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2만 채 중 신혼부부 전용 장기전세주택 1만1000채와 국토부가 추진하는 통합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제외하면 총 6000~7000채 내외가 분양 물량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를 고려했을 때 충분한 공급 물량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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