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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최초 보고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수년간 우리들의 일상을 집어삼켰다. 외출을 피하고 끼니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으며, 마스크에 가려져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로 대화를 나눴다. 금방 끝날 것만 같았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이라는 마음의 병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나마 2021년 방역체계가 잡힌 상황에서 백신 접종까지 시작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렸다지만 하늘길은 막힌 상황. 그렇게 맞이한 크리스마스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곳은 다름 아닌 지하철 회현역 앞 신세계백화점 본점이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해외여행을 못가는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했다. 본래 백화점 외벽은 광고나 행사 현수막 거치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광고하나 없이 크리스마스 영상으로 본점 외벽을 가득 채웠다. 넋을 잃게 만드는 영상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와 같은 숏폼 콘텐츠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사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4년부터 본점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를 도입해 수년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다만 2021년에는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우선 크리스마스에도 유지했던 외벽 광고를 아예 없앴다. 대신 전구 40만개를 추가하면서 전면을 영상으로 채웠다.
이때부터 백화점 업계의 ‘크리스마스 전쟁’이 본격화됐다. 이젠 1년 내내 준비하는 자존심 대결과도 같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롯데백화점은 넓은 외벽을 활용해 크리스마스 거리를 연출하며, 현대백화점도 더현대 서울의 탁 트인 내부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순간들 찾아서”… 더 화려해진 원조 명소
올해 크리스마스 전쟁은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일찍 시작됐다. 지난 1일 오후 6시 무렵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마주하는 서울중앙우체국청사 앞에는 새 크리스마스 영상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가득했다. 퇴근길에 멈춰선 직장인부터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디딜 곳이 없을 정도였다.
올해에는 ‘크리스마스의 순간들을 찾아서(Pursuit of Christmas Moments)’라는 주제로 4분여 가량 영상이 재생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신비로운 크리스마스 성으로 변하고 성에서 생겨난 거대한 리본이 경험하는 크리스마스 장면들을 담겼다. 특히 밤하늘에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놀이공원, 크리스마스 마을에 펼쳐진 대형 트리 등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영상의 마지막엔 그 동안의 여정을 이끌던 대형 리본이 ‘마법 같은 연말이 매 순간 함께하길(Holiday Magic in Every Moment)’이라는 문구를 더해 크리스마스는 물론 연말의 설렘을 함께 전했다.
올해 신세계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영상 외에도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K-컬쳐, 글로벌 OTT의 아트웍 등을 매달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내달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대구신세계 등에서도 연말 분위기에 맞춘 실내 장식과 함께 크리스마스 포토존이 펼쳐진다.
먼저 강남점은 센트럴시티 1층에 4.5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선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파크는 전구와 오너먼트 등을 활용해 크리스마스 테마로 연출하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펼쳐질 예정이다.
센텀시티점은 8일부터 크리스탈 트리와 수십만 개 조명으로 지하 2층을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연출한다. 대구신세계 5층 더스테이지도 리본 연출과 함께 대관람차, 열기구 등으로 장식하고, 8층 루앙스트리트에는 4m 크기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보인다.
14분 만에 마감된 ‘티켓팅’… 동화 속 서커스 마을
현대백화점은 2021년 서울 여의도에 개점한 더현대 서울을 필두로 크리스마스 전쟁에 참전 중이다. 특히 실내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민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에 따라 입장객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쟁에서 초반 기세는 현대백화점이 잡는 모양새다. 아무래도 입장을 위해선 ‘티켓팅’이 필요하다보니, 화제몰이에 유리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1차 사전예약에서 2만 명 이상 동시 접속해 오픈 1시간 만에 마감됐다. 올해 1차 사전예약은 작년보다 많은 3만 명이 몰리면서 14분 만에 끝이 났다.
올해 현대백화점이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테마는 ‘움직이는 대극장(Le Grand Theatre)’이다. 주인공인 아기곰 해리가 최고의 쇼를 펼치는 움직이는 대극장을 찾기 위해 열기구에 몸을 싣고 하늘 높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1일부터 내달 31일까지 더현대 서울과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전국 15개 점포와 커넥트현대 부산에서 진행된다. 전체적인 배경은 1768년 영국에서 시작한 서커스다. 올해 가장 큰 글로벌 이슈 중 하나인 ‘2024 파리올림픽’에서 영감을 얻어 올림픽을 서커스로 변환한 것이다. 올해 테마에서 ‘킥’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이 7m, 너비 5m 열기구 모형 대형 에어벌룬 6개도 색깔별로 6대륙을 형상화했다. 연출을 총괄한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 디자이너는 “지역을 옮겨 다니는 서커스단이 6대륙을 오가면서 평화를 전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에어벌룬은 더현대 서울이 매달 수 없는 구조여서 헬륨가스를 이용했다.
열기구부터 1만여 개 조명으로 장식된 11채의 서커스 극장에는 서커스와 비슷한 시대 유럽에서 유행한 로코코 양식을 적용했다. 또한 올해는 움직이는 조형물을 활용해 생동감 넘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번 연출의 하이라이트인 대극장에는 높이 8m의 대형 회전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며, 현대백화점 15개점을 상징하는 15개의 캐릭터가 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크리스마스 연출을 통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공간을 제공하고, 젊은 층에게는 즐거운 추억을 선물한다는 구상이다.
명동 거리를 더 화려하게 ‘원더풀 쇼타임’
롯데백화점도 본점 외벽에 조명을 수놓으면서 크리스마스 느낌이 가득한 명동 거리를 연출한다. 지난해에는 ‘마이 디어리스트 위시(My Dearest Wish)’를 테마로 연말에 편지로 안부를 전하던 추억을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본점에 점등이 진행된 두 달간(2023년 11월~12월)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기 위한 고객들이 몰리면서 저녁 시간대 매출이 F&B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올해는 1일부터 불을 밝혔다. 테마는 ‘원더풀 쇼타임(Wonderful SHOWTIME)’이다. 공연 전 느끼는 설렘과 즐거움 등의 감정을 롯데백화점에서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처음으로 약 2만 여개의 LED를 활용한 외벽 라이팅 쇼도 진행한다. 라이팅 쇼는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30분 단위로 약 2분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본점 앞 거리는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씨어터 소공(Theater Sogong)’으로 탈바꿈하고, 화려한 네온사인과 쇼윈도 등을 통해 1900년대 뮤지컬 극장가를 재연한다. 3개의 대형 쇼윈도는 국내 유명 아티스트인 윤여준, 빠키(VAKKI), 그레이스 엘우드(Grace Elwood)’와 협업해 재즈부터 서커스까지 다양한 공연의 장면들이 연상되도록 연출했다.
아울러 영플라자의 대형 미디어 파사드에서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표하는 화장품, 디저트, 주얼리, 와인 등이 주인공이 되어 백화점을 무대로 공연을 펼치는 영상을 선보인다. 지난해 잠실에서 초대형으로 선보인 ‘크리스마스 마켓’은 오는 11월 중순부터 잠실 월드파크 잔디광장뿐 아니라, 타임빌라스 수원에서까지 확대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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