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값 하락… 두달째 ‘1%대 물가’
배추-무, 폭염에 1년새 50%대 급등
김장철 앞둔 소비자들 부담 커져
정부 “김장재료 조기출하-공급확대”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3%에 그치며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 폭을 보였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10% 이상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배추와 무를 비롯한 채소류 물가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라 ‘김장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으로,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간 2%대를 유지하다 9월부턴 2%를 밑돌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10.9% 떨어졌다. 지난해 7월(―25.9%)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석유류가 끌어내린 전체 물가 상승률은 0.46%포인트였다.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서 공업제품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0.3% 하락해 3년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폭염이 오랜 기간 지속된 탓에 배추, 무를 비롯한 채소류는 여전히 높은 가격을 이어갔다.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2%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지만 채소류는 전년보다 15.6% 뛰며 2022년 10월(22.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무가 52.1% 오르며 가장 많이 올랐고, 배추(51.5%) 열무(49.4%) 상추(49.3%) 등이 뒤를 이었다. 김장 채소 위주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무는 9월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생육이 부진해 10월 중순까지 가격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과일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했던 귤은 1년 전보다 22.0% 올랐고 토마토 가격도 21.3% 상승했다. 다만 올 초 금(金)사과로 불리며 가격이 치솟았던 사과는 가격이 전년보다 20% 하락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2.9% 오르며 전체 물가를 0.96%포인트 끌어올렸다.
정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가격이 크게 오른 배추(2만4000t)·무(9100t)의 계약 재배 물량을 시장에 빠르게 공급하고, 고추·마늘·양파 등 양념 채소(2000t) 공급도 확대한다. 또 다음 달 4일까지 배추·무(최대 40%), 대파·마늘·천일염·젓갈(최대 50%) 등 김장 재료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물가 상승률은 올 연말까지 2% 안팎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중반, 근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둔화했다”며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근원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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