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별도 문서없이 구두로 통보”
美정부 對中 반도체 규제 의지 반영
중국산 부품 배제땐 비용 늘어나고
中서 미국기업 제재 반작용 우려도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램리서치가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두 회사는 네덜란드 ASML과 함께 3대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로 꼽힌다. 점차 강해지는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에 따른 조치다.
4일 WSJ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AMAT와 램리서치가 최근 자사 공급업체들에 ‘중국산 부품을 대체하지 않으면 공급업체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경고는 공식 문서나 계약서 같은 별도 문서 없이 구두로 이뤄졌다. 또 두 회사는 중국인 투자자, 주주를 유치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공급업체에 전달했다.
이는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뒤 점차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가 중국 공급업체와 기술 세부 사항이나 계획을 공유하려면 특정 자격을 획득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내년 말까지 임시 자격을 줬다.
지난달 말에는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투자 제한 규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 제재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중국 선양포춘정밀장비는 AMAT에 납품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공장을 설립했으나 아직 공급 승인을 받지 못했다. 다른 중국 업체들은 제3국에 합작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규제 우회 방안을 찾고 있다.
다만 중국을 완전히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산 부품을 다른 부품으로 대체하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AMAT와 램리서치의 가장 큰 고객이 중국이다.
AMAT의 3분기(5∼7월) 보고서에 따르면 분기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대만(17%), 한국(16%), 미국(16%)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크다. 대중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27%) 대비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포인트 늘었다.
램리서치의 3분기(7∼9월)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7%로 가장 컸다. 한국(18%), 대만(15%), 미국(12%) 등 주요 첨단 반도체 제조사들을 보유한 국가보다도 중국이 큰 시장인 셈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에서 미국 기업이나 기술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지난해 중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는 애플 제품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하는 등 ‘애국소비’ 성향이 강화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까지도 애플의 중국 점유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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