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 CCTV용 AI알고리즘 개발
화재 데이터 학습해 정확도 95%↑
학교폭력, 낙서 등 맞춤 상황 인식
“20억 개 이상 자료 이용 학습”
출입이 제한된 구역으로 사람이 들어선다. 지나갈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벽 앞에 오래 서 있다.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낙서를 하기 시작한다. 지능형 폐쇄회로(CC)TV가 이를 인식해 관리자의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낸다. ‘출입통제구역에서 방치 상황 발생.’
CCTV가 똑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탑재해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상황에 따른 조치까지 가능한 지능형 CCTV로 진화하는 것이다. 삼성의 보안 전문 계열사 에스원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지능형 CCTV(에스원SVMS)를 각종 산업 현장, 학교, 군부대 등에 공급하고 있다. 각 상황에 맞는 솔루션이 30여 개 수준이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군부대에서는 철조망 월담 시도를 집중적으로 탐지하는 식이다. 에스원은 1993년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를 통해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에스원 R&D센터를 이끄는 문남수 센터장(부사장)은 “실시간이라는 점이 지능형 CCTV와 기존 CCTV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CCTV는 현재 자동차에 탑재하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정해진 시야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 파악이나 조치를 위한 정보를 보관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반면 지능형 CCTV는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를 목표로 한다. 영상 속 사람이나 사물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움직임에 대한 판단까지 내리는 것이다. 문 센터장은 “CCTV가 눈에서 뇌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상황에 대한 학습을 마친 AI가 지능형 CCTV에 탑재돼 사고 예방도 가능해지고 있다. 화재 상황을 인식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CCTV 영상 패턴을 인식하는 기술을 활용해 화재 발생 여부를 판단해 정확도가 6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차량 비상등이나 주변 조명 변화로 인한 붉은빛을 화재로 잘못 인식하기도 했다. 문 센터장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실제 화재 상황을 학습한 AI는 불꽃과 연기를 감지해 관리자에게 알람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며 “정확도도 95%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AI 학습의 핵심은 데이터다. 양질의 데이터를 다량 확보해 학습시킬수록 AI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이를 위해 에스원은 상황에 따라 수만 장에서 수십만 장에 이르는 이미지와 영상을 제작해 AI를 학습시켰다. 문 센터장은 “1억 개 이상의 변수와 20억 개 이상의 ‘영상-언어’ 조합으로 구성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로 AI를 계속 학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R&D센터에서는 AI 학습용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상황별로 직접 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특수부대 출신 직원이 실제 군복을 입고 울타리를 넘거나 오래된 건물에 침투하는 영상을 촬영해 학습용 데이터를 축적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탈영병’으로 신고를 받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능형 CCTV는 기기 자체에 AI를 탑재한 ‘온디바이스 AI’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 센터장은 “AI를 탑재한 CCTV가 중심이 되면 연산량 분산이 가능해져 한정된 컴퓨팅 자원으로 AI가 지원할 수 있는 CCTV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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