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서 사흘간 열려
교육부·과기정통부·부산시 주최
320여개 기관 지원사업 성과 공유
“지산학연 새로운 생태계 구축”
# 1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 지역 대학, 연구소 등이 힘을 합쳐 지역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한 아동친화 식품을 개발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밀키트 제품, 디저트 등을 개발한다. 이 가운데에는 미래 먹거리 대체 식품도 있다.
# 2
대학교수가 만든 창업 기업과 대학 기술지주자회사가 힘을 합쳐 다양한 로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로봇 바리스타도 선보였다. 위치 데이터 분석 AI를 활용해 레시피에 따라 최적화된 자세로 일정한 물의 양과 드립 속도 및 패턴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미국 로봇기업과는 40억 원 규모의 제품 공급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3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해 AI 병원 간병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전에도 간병인 플랫폼이 있었지만 전국적인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었다. 간병인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곳도 없다. 이번에 만들어진 솔루션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우선 간병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환자에게 적합한 간병인도 추천한다. 간병인을 이용하면서 필요한 솔루션을 모두 제공한다. 앞으로는 비급여 간병 시장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 지산학연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이처럼 최근 들어 지자체와 산업계, 대학, 연구소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역 개발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성과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지산학연이 뭉쳐 세상에 없는 협력모델을 만드는 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산시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2024 산학연 협력 엑스포’이다. 지산학연 협력 문화 저변 확산 및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6∼8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진행됐다.
이번 엑스포에는 링크(LINC) 3.0을 중심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지산학연 협력 사업의 주요 성과가 권역별, 테마별로 전시됐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주요 지산학연 협력 지원 사업은 링크 3.0,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 혁신 사업(RIS),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BRIDGE·브릿지) 3.0, 창업교육 혁신선도 대학(SCOUT·스카우트), 고등직업교육 거점 지구 사업(HiVE·하이브) 등이 있다.
엑스포에는 이 밖에 320여 개 기관이 추진해온 지원사업의 결과물들을 들고나왔다. 관련 포럼과 유망 기술 설명회, 협력 우수 사례 시상식 등도 열렸다.
김영곤 교육부 차관보는 개회사에서 “내년부터 전국에서 시행될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를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를 위해 전국의 지자체와 대학, 연구소가 한자리에 모였다”며 “각자의 벽을 허물고 유기적인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지산학연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이어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산학연 협력은 첨단 기술 연구에서부터 인재 양성, 기술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과를 창출하며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견인해 왔지만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로 지역은 활력을 잃어가고 대학의 역할은 흔들리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과 산업, 연구기관이 다시 긴밀하게 협력해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축사를 통해 “이번 엑스포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기업이 교류하면서 창업과 기술 혁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판식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실장도 “그간 산학 협력 엑스포로 진행해 오던 행사를 올해에는 산학연 협력 엑스포로 외연을 넓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링크 3.0 통해 다앙한 성과 전시
산학 협력을 목표로 대학을 지원하는 대표 사업은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 사업(링크 3.0)이다. 지역, 산업계, 대학, 연구소가 상생·발전할 수 있는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엑스포에서 대학들은 링크 3.0 사업을 통해 창출한 다양한 성과를 선보였다. 지역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개발한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홍보하고, 산학 연계 교육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캡스톤디자인 작품’을 전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대이다. 링크 3.0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활성화를 위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협소한 환경에서도 원격 조종, 장애물 회피 등이 가능한 보트 선형 설계와 자율 운항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주목을 끌었다.
민락수변공원은 올해 음주 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상권은 침체에 빠졌다. 동아대 링크 3.0 사업단은 수영구와 관학 협력을 체결하고 올 3월부터 상권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동아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은 교과 과정과 비교과 과정을 연계한 뒤 공원 지역에서 수영구가 문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밀락루체페스타’ 계획안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콘텐츠를 기획했다.
이어 한 학기 동안 △스토리 구성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 △홍보 영상 제작 등을 진행했다. 또 수영구 문화관광과와 미디어 전문가가 우수작을 선정해 ‘밀락루체페스타’ 설계에 반영했다. 최정호 동아대 링크 3.0 사업단장은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한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동아대 링크 3.0 사업단이 개발한 보트 자율 운항 시스템은 대한조선학회가 주관하는 자율운항보트 경진대회에서 지난해 1위, 올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다른 대학에서도 링크 3.0 사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 동서대는 링크 3.0을 통해 폐배터리에서 버려진 산업 부산물을 활용한 층간 소음 저감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동양미래대는 컴퓨터 버전 AI를 활용해 손 재활과 발달 플랫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건양대, 동명대, 국립안동대, 전남과학대, 동원과학기술대, 부산과학기술대 등은 민간 농업회사법인과 스마트팜 산학연 공유-협업 체계를 형성해 성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특화 작목의 재배와 생산(1차) △제조와 가공(2차) △교육과 체험, 서비스(3차) 등을 융합한 사업 운영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항만에서 볼 수 있는 냉동 컨테이너를 재활용한 스마트팜 플랫폼 ‘큐브팜’은 이번 엑스포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일반 비닐하우스 대비 투자 비용이나 인건비가 절감되고 면적 대비 운용 효율성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병이나 해충 예방 능력도 좋았다. 도시형 멀티 스마트팜 모델로 이용될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 확보와 지역 정주형 소득 창출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한편 이번 엑스포에서는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라이즈를 포함해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활발한 토론도 진행됐다. 특히 ‘라이즈 전환을 위한 통합 사업 매칭 데이’ 프로그램에서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라이즈 체계는 대학의 재정 지원 주체를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는 게 핵심이다. 링크 3.0, RIS, 하이브 등 기존 재정 지원 사업이 통합된 형태로 라이즈 체계를 통해 시행된다.
김봉문 한국연구재단 중앙라이즈센터장은 “이번 매칭 데이를 통해 학계, 산업계, 지역사회가 협력 비전을 공유하고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라이즈로 ‘대학이 살리는 지역’과 ‘지역이 키우는 대학’을 실현할 계획이다.
박성하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과장은 이와 관련해 “링크 사업의 성과가 라이즈 체계와 조화를 이루며 확산된다면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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