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조합원에 아파트 공급
제동 건 대법 판례 최근 나타나
표준정관 개정 후 혼란 줄었지만
갈등 여전… 법령 재정비 필요
최근 재건축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데 제동을 건 판례가 등장하며 정비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 후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이를 확정했다.
그간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일은 흔했다. 상가 소유자는 재건축으로 상권이 파괴되거나 재편되는 불이익을 겪는다. 이 때문에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약속하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상가 조합원에 대한 아파트 입주권 부여가 만만치 않은 법률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법에는 ‘상가를 건설하지 않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으로만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런데도 재건축 조합들은 상가 조합원 선택에 의해 ‘상가를 공급받지 않는 경우’까지 아파트 입주권을 배정했다. 조합이 법령을 제멋대로 재단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법령과 달리 2006년 8월 ‘상가를 공급받지 않는 경우’까지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표준정관에 담아 배포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전조는 2022년 8월 국토부가 표준정관을 개정하며 시작됐다. 법령과 배치됐던 건설교통부 시절의 유권해석과 표준정관을 교정하는 내용의 지침을 일선 행정청에 하달했다. 이번 고등법원 판결 역시 국토부의 입장 변화와 표준정관 개정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일종의 결자해지라고 볼 수 있겠다.
이번 고등법원 판결 발표를 두고도 정비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십수 년 전 대법원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2단지(현 래미안 퍼스티지) 사안에서 ‘상가를 공급받지 않는 경우’에도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내용의 조합 정관이 법령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판시를 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을 통해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을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먼저 반포주공2단지 사건은 건설교통부 유권해석과 표준정관 내용이 지금과 달랐다. 또 주택 조합원에게 공급하고 남은 분량만 상가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등 주택 조합원들 권리 침해가 최소에 그친 사안이었다. 대법원은 십수 년이 지난 현재의 재건축 사안에 원용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본 듯하다. 더욱이 국토부 스스로 과거의 유권해석과 표준정관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시정하고 있는 상황에 맞서 정반대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려는 일부 조합의 시도에 판결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기도 곤란했을 것이다.
새로운 판례가 나왔다고 현실의 갈등이 절로 잦아들지는 않는다. 기존 조합이라면 상가 조합원들의 아파트 입주권 요구에 대한 수용 방안을, 조합 설립을 목전에 둔 신생 구역들이라면 상가 소유자들로부터 조합 설립 동의를 얻어낼 방안에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근본적 해결 방안은 역시 법령 개선이다. 규범의 불명확·불완전으로 인해 빚어진 혼란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맞춰 상가 소유자의 아파트 입주권을 대폭 확대하거나 재건축 조합 설립의 동별 요건을 완화 또는 폐지함으로써 그동안 기형적으로 누적돼 온 상가 소유자들의 특별한 요구나 기대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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