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합의 또 불발 가능성…쿠팡이츠 새 상생안에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8일 17시 51분


서울의 한 대학가에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의 한 대학가에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 News1 이성철 기자
배달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꾸려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자영업자 간 대화 기구가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배달앱들에게 11일까지 마지막 수정안을 내라는 최후통첩이 전달됐지만 자영업자 단체와의 의견차가 커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공익위원 권고안을 따르는 형태로 최고수수료율이 소폭 인하될 여지는 남아있다.

8일 이정희 배달앱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전날 열린 제11차 회의 결과에 대해 “수수료 문제는 합의되지 못했다. 쿠팡이츠 등에게 11일까지 새로운 상생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날 쿠팡이츠는 현행 9.8%인 중개수수료율을 2.0~9.5%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수수료율을 6구간으로 나누고, 입점업체 거래액(쿠팡이츠에서 발생한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액이 많은 상위 10% 업체는 9.5%의 수수료를 내고, 10~20% 업체는 9.1%를 내는 식이다. 하위 20%는 2%를 낸다. 기존 1900~2900원인 배달비(라이더에게 주는 돈)는 2900원으로 단일화하되 상위 50% 업체엔 원거리 및 악천후에 따른 할증을 붙이겠다고 했다.

당초 쿠팡이츠는 현재 자신이 내는 1000~2000원의 배달비를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대신 수수료율을 5%로 일괄 낮추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낸 안은 이보다 더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달의민족은 거래액을 3구간으로 나눠 2.0~7.8%의 중개수수료율을 부과하고, 배달비는 거래액에 따라 1900~3400원을 받는 안을 제시했다. 최고수수료율은 현행(9.8%)보다 2%포인트 줄고, 배달비는 최대 500원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면서도 배민은 쿠팡이츠가 비슷한 상생안을 시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수수료율 인하가 배달비를 밀어 올리는 ‘풍선효과’로 번졌다는 이유로 양사의 상생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고수수료율을 5%로 내려야 한다는 자영업자들의 요구와도 간극이 크다고 봤다. 만약 쿠팡이츠가 11일에도 비슷한 수준의 상생안을 가져온다면 수수료 합의는 최종 결렬되고 수수료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정부는 당사자 간 대화로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법적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해 물밑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쟁 질서를 보호하는 게 목적인 공정거래법으로 배달 수수료와 같은 가격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수수료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데다 입법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도 변수다.

이 때문에 쿠팡이츠가 배민이 낸 안 수준의 상생안을 내는 경우 공익위원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쿠팡이츠가 이 같은 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한다면, 자영업자 단체와의 합의는 불발되더라도 공익위원 권고안에 이런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권고안을 따르는 형식으로 최고 수수료율이 1~2%포인트가량 내려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쿠팡이츠가 낸 상생안이 합의를 시도해볼 만한 수준이면 한 번 더 회의를 열어 합의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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