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대선과정 “무역수지 적자 회복”
韓, 에너지 수입처 일부 美전환 고민
과일-육류 등 수입 압박 커질수도… “균형 무역 대비해 흑자 폭 관리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정부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수지 적자 회복을 내걸고 있는 만큼 에너지 수입 확대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돼지고기를 비롯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과 민간 차원에서 미국산 LNG와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 444억 달러에 이어 올 9월까지도 399억 달러에 이르면서 에너지 수입처 가운데 일부를 미국으로 전환해서라도 흑자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고민이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대규모 LNG 도입 계약 만료를 앞둔 한국가스공사가 도입처를 다변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말부터 해마다 898만 t 규모로 수입해 온 카타르와 오만산 LNG의 장기 계약이 올해 종료되면서 가스공사는 장기 계약뿐만 아니라 3∼15년 기간의 중·단기 계약도 활용해 LNG 도입을 유연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운송 비용은 더 높지만 중동산 등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고 지정학적인 위험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산 LNG가 가스공사의 계약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장기 계약을 대체하는 계약 중에는 내년 초 낙찰 예정인 물량도 있다”며 “미국산 LNG를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산 원유는 수입을 늘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1∼9월 기준으로 미국산 원유의 수입량은 전체의 16.2%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수입 요구와 관련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응을 준비 중이다. 미국이 이미 한국이 수입 중인 품목은 그 폭을 키울 것을 요구하고 수입이 개방되지 않은 품목은 개방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 중이지만 과일과 육류가 수입 확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의 농업 부문 정책 변화 전망과 우리 농업의 대응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돼지고기와 쇠고기, 옥수수, 대두, 치즈 등의 수입 확대나 수입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는 “균형 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한국을 중국과 동일선상에 올려놓을 수 있기에 흑자 폭을 관리해야 한다”며 “대(對)한국 수출량이 많은 미국 여러 주의 주지사 등을 통해 한국이 에너지와 농산물, 기계류 등을 이미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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