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에 선박용 에어컨 등을 공급하는 하이에어코리아가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이용해 유사한 제품을 개발했다가 26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기술 유용 관련 사건으로는 역대 가장 큰 과징금이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에어코리아의 기술 유용 행위와 보복 조치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적발해 과징금 26억48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법인과 대표이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선박용 에어컨과 댐퍼 등의 공기 정화·조절 장비를 제조해 대형 조선사에 공급하는 업체로 국내 시장의 98%, 세계 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에어코리아는 자신들이 기술 개발에 실패한 바 있는 댐퍼 장치를 중소 수급 사업자인 A사로부터 납품받으면서 A사의 도면과 제품 사진을 이용해 2020년 유사한 제품을 개발했다.
2022년 7월 하이에어코리아의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가 자신들이 조선사에 납품하기로 예정된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A사는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하이에어코리아는 이를 거절했을뿐더러 A사가 공정위에 사건을 신고하자 2022년 12월부터 모든 거래를 단절하는 보복 행위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하이에어코리아는 이후 A사가 납품하던 또 다른 제품이 필요하게 되자 A사의 경쟁 업체에 이 제품의 도면을 제공하고 같은 제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도면을 제공받은 경쟁 업체는 하이에어코리아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도의상 제조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 유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면서 11년 만의 보복 조치 금지 관련 적발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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