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급여항목 지급액 분석
상위 10% 평균 394만원 타갈때
하위 10%는 1만5000원만 받아
“보험료 올라 가입자들 피해 우려”
중년 여성 A 씨는 2021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도의 한 의원에서 3320만 원의 비급여 병원비를 지불하고 이에 대한 실손의료비 보험금을 청구했다. 무좀으로 인한 레이저 진균증 치료(1360만 원), 갱년기 태반주사(1720만 원)로만 청구액이 3000만 원을 넘었다. A 씨의 자녀 2명도 해당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740만 원, 550만 원의 비급여를 청구해 보험금을 받았다. 이러한 청구 양상은 손해보험사에서 이의를 제기한 후에야 잦아들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비급여 항목 실손보험금 지급액의 절반 이상이 상위 10% 수령자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 진료로 인한 보험금 쏠림 현상이 대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비급여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4개 손해보험사가 올해 1∼9월 상위 10% 수령자에게 지급한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2조68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비급여 지급 보험금(4조2730억 원)의 62.8%를 차지하는 수치다.
상위 10% 수령자 1인당 평균 지급 보험금은 394만5000원으로, 하위 10% 수령자(1만5000원)의 268배에 달한다. 전체 평균(62만8000원) 역시 크게 웃돌고 있다.
상위 30% 수령자로 범위를 넓히면 비급여 관련 보험금 지급액의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이들에게 지급된 비급여 보험금은 전체의 85.6%에 해당하는 3조6561억 원이었다.
보험업계는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의 과잉 의료 행위가 비급여 지급 보험금 쏠림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비급여 항목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과 달리 진료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의료기관이 원하는 만큼 가격이나 진료 횟수 등을 책정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의료기관은 미용이나 성형 등 치료 목적이 아닌 진료비를 보상하지 않는 실손보험의 특성을 감안해 비치료 의료에 대해 치료 목적의 소견서를 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물리치료(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증식치료 등)와 비급여 주사제 같은 10대 비급여 항목에서 과잉 의료가 의심되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B 씨는 생후 6개월 무렵인 아이의 목이 기운 것 같아 재활의학과를 방문했다. 해당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유아 사경(고개가 비뚤어진 상태로 고정된 것)으로 진단하면서 의학적 효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도수치료를 권했다. B 씨는 지난 1년간 99회의 도수치료로 578만 원을 지출하고 이를 보험사에 청구했다.
올해 1∼9월 물리치료로 지급된 실손보험금 중 상위 10% 수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7.0%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지급 보험금은 상위 10%가 462만2000원, 전체 평균이 81만2000원으로 소수의 가입자에게 보험금이 편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비급여 주사제 역시 상위 10%가 44.3%의 보험금을 받아갔다.
보험업계는 과잉 의료로 일부 가입자에게 보험금이 집중되면 가입자 대다수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피해가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 1분기(1∼3월) 손보사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6.1%로, 지난해 말(119.4%) 대비 6.7%포인트 올랐다. 보험업계는 2022년 약 14.2%, 지난해 약 8.9%에 이어 올해도 실손보험료를 평균 약 1.5% 인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제도의 유지를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실손보험 비급여는 일부 소비자 및 10개 이내의 특정 항목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비급여 시행 시 급여도 병행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연내 실손보험 개선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과잉 비급여 항목의 보장 제외 또는 한도 신설, 실손보험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 금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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