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아이디어로 인테리어 활용
DIY 대표 용품 접착제 매출 34%↑
선반-트레이-공구 등도 판매 증가
“비용 아끼며 자기효능감 얻기도”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드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기존의 ‘DIY(Do It Yourself·손수 제작)’를 넘어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라이프 핵(Life Hack)’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구 제작은 물론이고 인테리어까지 직접 시도하면서 관련 재료들의 매출액이 껑충 뛰었다.
11일 다이소에 따르면 DIY에 쓰이는 대표적인 용품인 강력접착제, 실리콘접착제 등이 속한 접착제 카테고리의 9∼10월 매출은 1∼2월 대비 34% 늘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다이소에서 파는 물품으로 가구·인테리어 용품 만들기’ 같은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직장인 이모 씨(34)는 이런 영상을 보고 지난 주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선반 2개와 나무접시를 접착제로 이어 붙여 협탁을 직접 만들었다. 이 씨는 “접착제 구입비까지 1만3000원으로 소파 옆에 둘 근사한 가구 하나를 마련했다”며 “가구 전문점에서 비싸게 주고 산 것만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다이소 테이블 만들기에 사용되는 ‘요리조리 벽 선반’(30cm×45cm), ‘아카시아 타원형 트레이’ 매출은 1∼2월 대비 9∼10월 46% 증가했다. 다이소뿐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DIY 관련 제품 매출은 증가세다. 이마트는 올해 1∼10월 조립 책상과 전동드릴 등 공구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 6% 늘었다.
DIY에서 한발 더 나아간 라이프 핵은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에 올라 있을 정도로 널리 확산됐다. 영미권에서 시작된 흐름이 이제 국내에도 상륙한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선반을 꼭 선반으로 쓰지 않고 협탁의 한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창의적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알뜰소비족의 활동 반경은 가구에만 그치지 않고 인테리어에까지 닿고 있다. 최근 이사한 주부 정모 씨(38)는 전셋집의 나무 바닥이 맘에 들지 않아 접착식 데코 타일을 24개 구매한 뒤 스스로 시공했다. 정 씨는 “전셋집인지라 이사 갈 때 다시 뜯으면 원상 복구할 수 있는 제품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데코타일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장판 공사 대신 적은 돈으로 3시간 정도 만에 거실 분위기를 바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라이프 핵, DIY 등에 소비자들이 빠져든 배경에는 높은 물가 외에도 자신만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이나 자기효능감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제조업체가 제공한 방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재창조한 방법으로 제품을 즐기는 이른바 ‘모디슈머’들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DIY 열풍을 이끄는 젊은 세대들은 모디슈머로서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교감한다”며 “비용도 아끼면서 성취감도 얻을 수 있어 진취적인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창조적인 소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라이프 핵(Life Hack)
영미권에서 유행이 시작된 말로 ‘익숙한 작업을 더 쉽게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간단하고 영리한 팁 또는 기술’을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제품을 기존 용도와 다르게 활용하는 아이디어라는 개념에 가깝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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