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부품 수급난을 불러온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이 11일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노조는 이날부터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에 집중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대트랜시스 서산 지곡 공장 노조가 지난달 8일 부분 파업, 같은 달 11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이후 한 달여 만입니다.
그동안 현대차 울산 1공장, 아산공장, 기아 광주 1·2공장 등 공장별로 하루 수천 대에 달하는 생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현대차, 기아가 받는 만큼 공정한(?) 성과급 분배”를 주장하며 시작된 이번 사태는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수직 계열화’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현대차그룹에는 60개 계열사가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 이외에도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현대제철과 수출 운송을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까지 다양한 부품, 관계사들이 포진해 있죠. 정몽구 명예회장이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외치며 2000년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런 탄탄한 내부 공급망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철강사까지 품은 완성차 브랜드는 세계적으로도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 정도뿐입니다.
이는 위기에 강한 현대차그룹의 저력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공급망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한 현대차그룹이 2022년부터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브랜드로 우뚝 선 게 대표적이죠. 문제는 높아진 실적에 현대차, 기아가 특별격려금 등을 지급하자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계열사 노조가 많아진 겁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본사를 무단 점거하는 등 이 문제로 계열사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매년 반복됐죠.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수직 계열화 구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옵니다. 계열사별로 임금 체계를 달리 적용하는 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계열사 임직원의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그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극단적인 대치 말고 ‘원팀(One team)’ 정신을 살려낼 묘안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현대차그룹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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