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실적 장기적 약세 우려에
코스피 외국인 자금 이탈 이어져
중국 경기부양책 실망감도 악재로
美-日-中은 트럼프 당선뒤 상승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후 글로벌 증시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반면 국내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일본 등은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투자가 몰리는 반면 국내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기업 중심인 한국 증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코스피, 코스닥 동반 하락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8일 대비 1.15% 떨어진 2,531.6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1.96% 빠진 728.84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인 이달 7일부터 11일까지 외국인투자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4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24%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몰리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5440억 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매도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51% 하락한 5만5000원에 마감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시장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고율 관세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하고 있어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또한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반도체 지원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정KPMG는 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지원법 축소 가능성이 있어 반도체 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도 관세 인상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이 높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 약세에는 지난주 공개된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재정적자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고 부동산과 소비 부양책이 없었다”며 “이에 대한 실망으로 중국 기업과 관련된 종목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5.28%), 토니모리(―7.06%) 등 중국 경기에 민감한 화장품주도 이날 급락했다.
● 일본, 중국 증시 ‘트럼프 리스크’ 방어하며 소폭 상승
반면 글로벌 증시는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상승하는 모양새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6일(현지 시간) 이후 2거래일 동안 1.60%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데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일본과 중국 증시도 트럼프의 당선 이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는 5일 종가 대비 2.7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48% 올랐다.
일본의 경우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에 진입하는 ‘슈퍼 엔저’로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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