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후 한 달째인데 은행 주담대 금리↑
통화정책 유효성 의문에…“기업대출 금리는 내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로부터 한 달이 지났음에도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오르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기껏 결정한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한국은행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 가계대출은 3조 9000억 원 늘어나면서 증가 규모가 한 달 전(5.6조 원)보다 1조 7000억 원 축소됐다.
이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 문턱이 오른 데다, 은행이 정부의 대출 관리 노력을 의식해 가산금리를 속속 높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p) 낮추면서 3년 넘게 지속된 긴축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 쪽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기조 전환으로부터 한 달이 지났음에도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하단(8일 기준)은 전월 대비 0.03%p 소폭 높은 상태로 알려졌다.
은행 대출 창구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좀체 체감하기 어려운 가계로서는 통화정책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규제 강화와 가산금리 인상을 피해 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밀려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바람에, 전체 금융권 기준으로는 10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오히려 전월 대비 증가(5.3조 → 6.6조 원)하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 조합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 게 맞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같은 물음에 한은은 전날 열린 10월 금융시장 동향 브리핑에서 답변을 내놨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출금리 오름세와 관련해) 정책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장기 금리와 달리 기준금리와 더욱 밀접히 연동된 단기 금리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하락하고 있다”며 “그에 연동된 대출금리도 기업대출 위주로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면을 전반적으로 긴 시기에서 보고 평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비록 국민들의 기대보단 느리긴 하지만 지난달 이후 단기 금리를 위주로 반영되고 있는 데다, 최근 몇 개월이 아닌 올 초부터의 더욱 긴 기간으로 시야를 넓힐 경우 시중 금리로 원활히 파급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지난달 30일 한은 블로그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지만,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미리 반영해 크게 하락했었고 앞으로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어느 때보다도 대출금리로 원활히 파급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국민들의 이자 부담 완화 효과도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분석 결과 대출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보여주는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올초부터 8월까지 가계대출 -0.30%p, 기업대출 -0.37%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부담 경감액으로 보면 각각 연간 2조 7000억 원, 4조 9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최 국장은 “향후 신규 대출 금리가 추가 하락하고 기존 대출이 차환되거나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갱신주기가 도래하면서 이런 이자 부담 경감 효과는 점차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히려 안정적인 통화정책 운용 관점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의 급격한 반영보다 지금과 같은 점진적인 파급이 바람직하다고 최 국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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