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만에 지수가 28% 수직상승한 주식시장이 있습니다. 코스피(-1.5%)는 물론 S&P500(7.2%)보다도 성과가 훨씬 좋은데요. 어디인지 아시겠죠. 바로 중국입니다. 극도로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연이은 경기 부양책 발표에 힘입어 빠르게 살아나고 있죠.
하지만 지난 8일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발표는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기도 했습니다. 부동산과 소비 부양책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라는데요. 도대체 지금 중국 경제는 어디쯤 와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투자자라면 기대할 점, 조심할 점은 무엇일까요. 19년 차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인 김선영 DB금융투자 연구원을 8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9월 말 인민은행의 깜짝 발표를 시작으로 중국 정부가 연이어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 시점엔 중국 정부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나설 줄은 시장에서 아무도 몰랐었죠?
“몰랐어요. 사실 중국은 이렇게 돈 풀고 경기부양을 한 지가 4년 이상 됐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돈이 잘 돌지 않았죠. 기업들은 ‘제2의 헝다가 되지 않겠다’면서, 대출을 받아도 고금리 채무를 갚아버렸고요. 개인 저축률은 여전히 43%로 높습니다. 1인당 가처분 소득이 올라가서 지갑에 쓸 돈이 있는데도, 쓰지 않고 저축해요. 왜냐면 불안하니까.
즉, 소비·부동산·증시 부양책은 이전부터 나왔는데요. 9월 말부터 달라진 건 한꺼번에 이런 정책이 다시 다 나왔다, 그리고 이게 거의 매일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또 가장 중요한 건 시진핑 주석이 실수했을 때도 책임지지 않게 세 가지 면책 사항을 얘기했단 점이죠. ‘이젠 제발 하는 척만 하지 말고 제발 좀 해’라고 메시지를 준 건데요. 그래서 전 부처별로 경기부양 정책을 써 내려가는 과정입니다.”
-전인대 상무위의 경기부양책 규모에 투자자 관심이 쏠렸죠. 금융위기였던 2008년엔 중국이 4조 위안의 부양 패키지를 내놨었는데요.
“4조 위안은 당시 중국 GDP의 12% 정도였어요. 지금 GDP는 그때의 4배 가까이 되죠. 그 당시의 중국이 3개 더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지금 GDP의 12%가 되려면 15조 위안 정도를 풀어야 해요. 조금 과하긴 하죠.
저는 중국의 부양책 규모가 10조 위안 이상이냐 아니냐보다는 그 중 얼마나 소비쿠폰 발행으로 갈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중국은 물가가 너무 낮죠. 레이 달리오가 말한 ‘아름다운 디레버리징’, 중국이 물가 걱정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돈을 풀면서 부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핵심시기입니다.”
(8일 오후 늦게 발표된 부양책 규모는 5년간 10조 위안(1936조원)이나 됐지만, 이는 모두 지방정부 부채 해결용이었다. 소비쿠폰 발행 같은 소비 부양책은 나오지 않아 글로벌 투자자를 실망시켰다.)
-소비자들이 나가서 바로 돈을 쓰게 만들려면 소비쿠폰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현금을 나눠주면 그냥 저금하거든요. 만약 70만원을 주면 100만원어치를 구매할 수 있는 유효기간 2년짜리 소비쿠폰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그런 식으로 바로 소비로 직결될 수 있게 하는 게 지금은 중요합니다.”
-그렇게 소비를 살려서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도 막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겠군요.
“시진핑이 2017년 10월 집권 2기를 시작할 때 뭐라고 했느냐. 앞으로 첫 번째 15년은 중산층을 늘리고 과학 기술력을 습득한다. 그리고 두 번째 15년은 국방과 우주에 투자해서 글로벌 넘버 1(GDP 기준 세계 1위)을 만들겠다고 했어요. 2047년이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100주년이거든요. ‘30년 뒤엔 세계 1등 할 거야’라고 지른 거예요. 1등(미국) 입장에선 기분 나쁘죠.
미·중 무역분쟁은 이 30년의 싸움입니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든 앞으로 이 싸움은 계속될 거예요. 그럼 중국 입장에선 앞으로 계속 규제가 세질 텐데 살 길이 뭐가 있을까를 보니, 소비이죠. ‘우리는 14억 인구의 소비가 있구나. 그동안은 여기가 생산기지였는데 지금은 소비 기지구나’라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이 믿을 건 소비인데, 내수 부양을 해도 소비가 안 살아나고 저축해버리고 기업들도 안 움직이니까 지금은 좀 급해졌어요. 그걸 우리한테 들킨 상황이죠.
부양책의 메인은 소비여야 하는데, 돈 좀 준다고 사람들이 갑자기 집이나 차를 사진 않죠. 대신 나가서 사 먹긴 할 거고(외식), 그동안 못 샀던 거(가전 등) 한번 사볼까 할 거고요. 또 여행을 많이 갈 거예요.
지금 갑자기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나라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도 이와 관련 있습니다. ‘우리도 여행 많이 갈 테니, 너네도 여행 좀 와’라고 하는 거죠. 또 트럼프 새 내각의 대외정책이 구체화하기 전에 미국 우방 국가와의 관계를 좀 개선하려는 부분도 있고요.”
중국 주식, 드디어 플러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으로 나아가기로 방향은 정한 거고,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이 쭉쭉 이어지겠군요. 그럼 이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일단 증시 거래량이 폭증했습니다. 최근 한 달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 거래량이 이전의 거의 두배로 치솟았죠. 또 그동안 중국 주식이 애물단지, 마이너스였는데 이제 플러스로 전환한 투자자들이 많죠. 제 중국인 지인은 해외에 체류 중인데, MTS 비밀번호를 계속 틀리니까 증권사 지점에 방문하려고 중국으로 들어갔다더라고요. 당장 중국 주식을 더 사기 위해서 말이죠.”
-이전엔 중국 증시에 다들 시큰둥했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네요.
“마침 미국도 금리를 내리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 돈은 어디로 갈까?’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여기로 와!’라고 한 거죠. 그때(9월) 분위기가 인도와 일본이 좋았는데, 거기서 돈을 빼서 ‘중국은 싸네. 이번엔 뭔가 좀 할 것 같다’면서 중국으로 많이 갔어요. 지금도 그 연장선인데요. (경기 부양을) 할 듯 말 듯 하지만, 사실은 하는 과정이죠. 중국은 지금부터 내년 3월 전국양회까지 정책이 만들어지고 발표될 거거든요. 기대했다, 실망했다가, 이번엔 나오겠지? 아니네, 다음이네. 이런 게 있겠지만, 그래도 나오기로 했으니 아직 관심이 꺼지지 않은 상황이죠.”
-그래도 그 열기가 예전에 중국이 한창 핫했을 때만큼 뜨거운 건 아직 아니죠?
“그동안 중국 증시는 한번 확 오르고 나면 장렬하게 전사했어요. 차트를 보여드리자면, 최고점에 상하이지수가 6000을 넘었죠(2007년 10월 장중 6124 포인트). 그리고 나서 무너졌고요. 이후 외국인에 주식시장을 개방하면서 다시 지수가 올랐다가(2015년 6월 5178) 떨어졌죠.
비교해 보면 2015년 지수 상승의 높이는 2007년보다 좀 낮았고요. 상승하는 구간의 기간도 짧아졌어요. 그런데 대신 하단은 전보다 올라갔죠.”
-그렇네요. 과거엔 1000이 하단이었는데, 점점 올라갔네요.
“버블로 갔다가 지수가 빠졌는데, 하단은 계단식으로 올라갔어요. 이번에도 저는 상단은 감히 예상할 수 없고요. 그래도 빠질 때의 하단은 방어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중국의 시가총액 1위 종목은 공상은행입니다. 상하이지수 시총의 25%가 은행이죠. 한국에서 밸류업하니까 은행주가 좋았잖아요. 중국도 밸류업 정책(신(新) 국9조)으로 은행주가 오르면서 지수를 같이 끌어올리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중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지수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트럼프는 관세와 감세 위주 정책을 예고하죠. 추가 관세를 실제 얼마나 매길진 아직 모르지만 중국은 GDP의 19%가 수출입니다. 만약 미국이 관세를 올린다면? 수출 기업을 먹여 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가 환율을 어느 정도 약세로 가져가려 할 겁니다. 지금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1위안인데요(11일엔 7.2위안까지 상승). 어찌 보면 8자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더더욱 내수 위주의 정책이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죠.”
-위안화가 정말 달러당 8위안까지 절하된다면, 그건 한국 경제에도 큰일 아닌가요?
“그렇게 단기적으로 가진 않고, 서서히 갈 거예요. 만약 위안화가 갑자기 확 약세로 가서 투기세력이 붙으면 ‘투매’가 나타나면서 외국인이 중국시장을 버리고 떠나버릴 수 있으니까요. (위안화 절하 때문에) ‘이제 한국 수출 어떻게 하나’라는 얘기 나오는 정도가 되는 건 2~3년 뒤 일이 될 겁니다.”
중국에서 유망한 섹터는?
-아까 중국 증시는 지수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고 하셨는데요. 유망한 섹터는 특별히 없나요?
“중국 증시는 지수가 밋밋해도 섹터별로 순환매가 계속 나타나곤 합니다. 내국인이 주관하는 시장이다 보니까, 예컨대 부동산 회의가 하나 잡히면 ‘뭐가 나올 건가 봐’라며 부동산주가 막 올라요. 그런데 막상 그 회의를 열어서 뭔가 나오면 이전 3~4일 동안 엄청 많이 올랐으니까 오히려 주식을 팔아요. 그래서 자칫 섹터 (매수) 방향을 잘못 잡으면 위험할 수 있죠.”
-약간 한국 증시 같네요.
“그런가요? ‘며칠 올랐으니까, 또는 오늘 정책 나왔으니까 들어가야지’라고 하면 안 되는 시장이에요. 지금은 경기와 증시를 부양하고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도 바닥 찍고 올라가는 시기이잖아요. 그럼 크게 손해 볼 건 없다고 보고, 지수로 접근하는 게 가장 편안하죠.
어느 정도 지수 레벨이 올라간 뒤, 중기적 관점에서는 미국이 규제하는 데도 중국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분야가 유망합니다. 바로 바이오와 반도체이죠. 강하게 규제하는데도 중국이 계속 연구 개발하고, 관료층을 대거 과학기술자로 바꾸면서까지 목숨을 걸고 있어요.”
-신흥국 카테고리로 보면 인도가 엄청나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동남아시아는 제조업 기지로 커가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중국은 고령화로 인구도 줄어들고, 기세가 점점 꺾여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중국은 아마 ‘왜 우리랑 인도, 베트남을 비교해?’라고 생각할 거예요. GDP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면 미국 바로 다음이 중국이고 인도는 저 아래에 있으니까요. 물론 성장률은 인도가 7~8%로 훨씬 더 높게 나오지만, 지금 중국이 그리는 건 ‘G2’ 그림이죠.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보면 중국이 은근히 글로벌 입지를 다졌어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제재받자 ‘우리가 원유 사줄게’라면서 위안화 결제를 늘렸고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7년 만에 화해할 때도 중국이 자리를 만들어서 베이징에서 악수했어요. 나름대로 G2로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실리적 외교를 한 거죠.”
-중국이라고 하면 ‘그냥 신흥국 중 하나’로 접근했는데, 말씀 들으니 중국에선 ‘우리와 겨룰 상대는 이제 미국밖에 없다’라고 하겠군요. 아까 질문과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게 큰 나라인데, 어떻게 포트폴리오에서 무시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미국이 수입하는 국가 중 중국이 1위였는데, 지금은 멕시코가 1위에요. 그 사이 중국이 멕시코로 나가서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죠. 직접이냐, 간접이냐의 차이이지 중국의 자본 영향은 계속 커져 왔습니다. 유럽도, 한국에도 여전히 중국은 주요 교역국이죠. 워낙 우리 산업과도 밀접한 국가여서요. 어쩔 수 없이 미워도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부분은 가지고 가는 게 맞을 겁니다.” By.딥다이브
돌이켜보면 중국 정부가 갑자기 인터넷 기업 옥죄고, 게임과 사교육 금지하고 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여긴 시장 경제가 아니다’라며 대거 떠났던 게 2021년입니다. 이후 에버그란데(헝다) 사태와 제로 코로나 봉쇄를 거치며 중국 증시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는데요. 오랜만에 되살아난 중국 증시가 왠지 낯설고 미심쩍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죠. 이번엔 좀 다를까요. 주요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자면.
-중국이 각성했습니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책 투하가 9월 말부터 시작됐죠. 내년 3월까지 이어질 부양책 행진 중 주목할 건 내수에 불을 지필 소비쿠폰 정책이 얼마나 나오느냐입니다. 관세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경제가 믿을 건 소비뿐입니다.
-투자자 기대가 높아지면서 돈이 중국으로 몰립니다. 중국 증시는 오를 땐 화끈하게 올랐다가 또 무섭게 추락하곤 했죠. 대신 하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지수 중심으로 접근하되, 좀더 길게 본다면 중국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술개발하는 분야에 주목하세요. 바이오, 그리고 반도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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