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칩 세계 1위 獨 인피니언
올해 매출 작년보다 8% 줄어들어
수요 침체에 글로벌 업체들 울상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인피니언)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8% 감소했다. 인피니언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외에는 침체가 이어지는 ‘반도체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인피니언은 12일(현지 시간)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올 9월) 기준 매출 149억5500만 유로(약 22조3220억 원), 영업이익 21억9000만 유로(약 3조2640억 원)를 올렸다고 밝혔다. 2023회계연도 대비 매출은 8.3%, 영업이익은 44.5% 감소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침체의 영향이다. 요헨 하네베크 인피니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AI를 제외하고는 최종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네베크 CEO는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계속되고 있고, 단기 주문과 재고 소화로 향후 몇 분기 수요 추세에 대해 가시성이 흐려지고 있다”며 “내년 둔화될 사업 궤도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피니언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피니언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목표 실적을 줄줄이 하향 조정 중이다. 전기차 전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중국 시장 침체와 현지 경쟁 심화 탓이다. 8월 인피니언은 3분기(4∼6월) 실적 발표 직후 전체 직원(5만8600명) 중 2.5%에 해당하는 1400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저임금 국가로 재배치하는 비용 절감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적 악화는 인피니언만이 아니다.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차량용 반도체 업체로 애플, 테슬라 등을 고객으로 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올해 실적 전망을 몇 차례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없어서 못 파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와 달리 차량용, 정보기술(IT) 기기용 반도체 등의 수요는 저조한 상황이다. AI 반도체 열풍에 올라탄 기업과 올라타지 못한 기업의 희비가 갈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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