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3〉 애프터마켓도 키우는 K방산
유지보수 수주, 수십년 먹거리 창출… 최근 10여년 대륙별 거점 15곳 생겨
공동 마케팅 통해 추가 수출 가능… “정부도 공적원조 차원 지원해야”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K방산의 최대 장점은 양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면서 납기일까지 정확히 맞춘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K방산은 수출 이후의 후속 시장(애프터마켓)까지 공략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4월 HD현대중공업은 페루로부터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인 6406억 원 규모의 함정 사업을 따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붙었다. 현지 시마(SIMA) 조선소와 협력해 함정 4척을 공동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알짜를 뺏긴 수주’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큰 그림을 그린 수주’라고 분석했다.
이번 계약으로 HD현대중공업은 페루 정부 및 해군과 향후 15년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앞으로 페루 해군이 발주할 예정인 호위함 5척, 원해경비함 3척, 상륙함 2척 등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확보했다.
앞서 2016년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호위함 2척 건조 사업을 따냈다. 이후 2021년 초계함 2척, 2022년 원해경비함 6척의 추가 수주까지 얻었다. 또 호위함 2척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수주했다.
박동선 전 해군 미래혁신연구단장은 “한 번의 방산 수출이 후속 사업과 추가 수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며 “방산은 한번 수출하면 장기간 관계가 맺어지는 ‘록인(LOCK-IN) 효과’가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한 덕분에 초기 수출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필리핀의 경우 첫 수출 규모보다 최대 5배, 페루는 최대 10배까지도 추가 함정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며 “여기에 MRO까지 따내면 수익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기업들이 애프터마켓에 주목하는 건 초기 수출 금액보다 더 큰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 등 한국형 전투기를 태국, 필리핀, 이라크에 수출하면서 항공기 MRO 사업까지 따냈다. 전투기의 수명 주기는 30∼40년인데 항공기 수출 수익보다 후속 시장에서 얻는 수익이 2∼5배는 많다는 게 KAI의 설명이다. 잘 키운 방산 수출 하나가 ‘캐시카우’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산업계는 ‘무기 생산-후속 지원-추가 수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폴란드의 민영 방산업체 WB의 존 베이슨 고문은 “현지에 생산 시설이 마련되면 그곳을 중심으로 방산 수출 거점(HUB)이 형성된다”며 “이곳을 중심으로 무기 수입국과 협력해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노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여 년간 K방산 수출이 늘면서 동남아, 중동, 유럽 등을 중심으로 15개국의 방산 수출 거점이 마련됐다”며 “지역 맞춤형 무기를 개발하거나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추가 수출을 도모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애프터마켓 공략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요 방산 구매국들은 무기 구매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술 이전이나 교육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것이 추세다. 정부가 방산 수출을 할 때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교육 및 기술 연구개발 과정을 지원해 준다면 방산 수출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방산은 단순한 교역을 넘어 복잡한 국가 간 외교 및 안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방산 교역 공급망을 꾸려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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