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류모 씨(51)는 최근 동절기 준비를 위해 인터넷으로 버버리 키즈 패딩을 70만 원대에 구매했다. 100만 원이 넘어가는 기존 성인용 패딩 대신 보다 가격이 싼 패딩을 찾던 중 키즈를 선택했다. 류 씨는 “(내가) 키가 작아 굳이 성인용을 찾을 필요가 없다”며 “디자인이 비슷한 키즈용 패딩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의류 가격이 오르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키즈 의류’가 성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키즈 의류의 가장 큰 사이즈인 ‘14Y(14세용)’는 160cm 초반대 키에도 맞는 데다 성인용과 디자인 차이도 크지 않아 체구가 작은 여성에게 충분히 맞기 때문이다.
특히 명품의 경우 키즈 제품과 일반 제품 간 가격차가 커 키즈 제품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실제 몽클레르의 키즈 제품 ‘뉴마야 패딩 자켓’은 온라인 판매 기준 110만 원 초반대로, 비슷한 디자인의 성인 제품 ‘마야 패딩 자켓’ 가격인 200만 원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키즈 의류 중에서는 성인 사이즈와 호환되는 14Y 사이즈가 인기가 좋다. 롯데온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몽클레르 키즈 14Y 사이즈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3배 늘었다. SSG닷컴에 따르면 14일 기준 키즈 명품 중 14Y 사이즈는 대부분 품절이었다. 일부 온라인 매장에서는 아예 14Y 사이즈에 ‘성인 착용 가능’ 표시를 붙이기도 한다.
키즈 의류는 가격이 비싼 겨울 의류 판매 시기에 판매량이 오른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자사 매장 아동 명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3.5%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겨울 옷을 사기 위한 20대 여성들의 발걸음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매장들에서 20대 여성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늘었다.
명품 이외에도 중·저가의 제조·유통 일원화(SPA), 매스티지 브랜드도 키즈 제품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인터넷으로 폴로 랄프 로렌 스웨터를 산 정모 씨(34)는 “큰 키즈 사이즈는 161cm인 나도 충분히 입을 수 있다”며 “디자인이 비슷한 데다 가격도 7만 원가량 저렴해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키즈 의류 유행은 고물가로 인한 비용 절약적 측면이 크다. 물류비, 원단비 증가로 실생활용 의류 비용이 늘어나며 이를 피하기 위한 소비자의 선택 중 하나라는 해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의류와 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3분기(7~9월) 100.38에서 올해 3분기 114.42까지 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키즈 의류 유행은) 철저히 싼 가격을 찾아나서려는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패턴”이라며 “이미 (키즈 제품) 중고거래가 활발한 만큼 관련 시장이 활발해지거나 라인업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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