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라 세계 각국의 성장 격차가 커지고 중국과 유로 지역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KIEP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5년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이날 KIEP가 내놓은 내년도 세계성장률(3.0%)은 올 5월 전망치(3.2%)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2%), 국제통화기금(IMF·3.2%) 등이 미국 대선 전에 내놓은 전망보다도 낮다.
KIEP는 내년부터 미국 신정부의 공약들이 차례대로 이행되면서 세계 각국의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격차’라는 문구로 내년도 세계경제를 요약했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이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 중국 경제 부진 등이 세계 경기의 하방 요인이라는 것이다. KIEP는 일본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성장의 방해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과 관련해 KIEP는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 신정부가 감세와 관세 인상 등의 조치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당장 내년부터 추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편관세는 내후년쯤 실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미국의) 감세 정책 등이 물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편 관세는) 당분간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보편 관세 자체의 실현 가능성은 굉장히 높은데 시기적으로는 내년보다는 내후년일 확률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KIEP는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5월 전망치(1.7%)보다 0.4%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는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유로 지역은 독일 경제 부진 등으로 내년 성장률 전망이 1.6%에서 1.3%로 낮아졌다. 중국 역시 미국의 추가 관세 도입과 대중 제재 등으로 기존 전망(4.5%)보다 0.4%포인트 낮은 4.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KIEP는 세계적인 강달러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정영식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1400원은 글로벌 달러 흐름을 반영하고 있고 원화는 유로, 엔화 등의 통화에 비해 약세가 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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