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에 국세수입 감소
법인세 작년보다 17.4조 줄어
“적자규모 연말까지 더 커질듯”
올 들어 9월까지 나라 살림이 91조5000억 원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세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적자 폭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커 내수 침체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9월 총수입은 439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조1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각종 나라 사업에 쓰이는 돈인 국세수입은 255조3000억 원으로, 11조3000억 원 감소했다. 경기 악화에 법인세가 17조4000억 원 감소하는 등 세수에 비상이 걸린 게 영향을 미쳤다. 세외수입과 국민연금 등 각종 기금 수입은 각각 1조6000억 원, 12조8000억 원 늘었다.
총지출은 1년 전보다 24조8000억 원 늘어난 492조3000억 원이었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75.0%로 세금이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난해(73.2%)보다 돈 쓰는 속도는 빨라졌다. 기금지출 등을 뺀 예산 지출의 진도율(76.8%) 역시 지난해(72.5%)보다 높다. 연초 정부는 ‘신속 집행’을 강조하며 연간 예산의 3분의 1을 1∼3월에 쓴 바 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9000억 원 적자였다. 4대 보장성 기금의 흑자(38조6000억 원)를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1조5000억 원 적자였다. 1년 전보다 20조9000억 원 불어난 규모로, 이는 9월 기준으로는 2020년(108조4000억 원)과 2022년(91조8000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세수 부족이 이어지면서 적자 규모는 연말까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내다본 한 해 전망치(91조6000억 원)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결손 상황 등을 고려하면 연말로 갈수록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정 실탄이 부족한 만큼 정부가 강조한 ‘양극화 타개’ 드라이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며, 재정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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