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수출 불닭볶음면 인기에
삼양식품, 매출 31% 영업익 101%↑
中 의존 큰 오리온-농심은 실적하락
“광군제 힘입어 中실적 개선 가능성”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꼽히는 식품 산업이 이젠 해외 수출 실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K푸드’의 신규 시장인 미국, 유럽의 비중이 높으면 환율 효과를 등에 업고 호실적을 이어가는 반면 경기 침체가 지속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곳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3분기(7∼9월) 연결 기준 매출액이 43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9% 늘었다. 영업이익은 873억 원으로 같은 기간 101.1%나 뛰었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1조2491억 원은 전년도 연간 매출(1조1929억 원)을 이미 넘겼다.
삼양식품의 호실적 배경으론 전체 매출의 78%에 달하는 해외 판매 약진이 꼽힌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3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며 1% 성장에 그친 국내 매출과 대비됐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 안팎을 오가는 고환율 덕을 보고 있다. 삼양식품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데, 메가히트 상품인 불닭볶음면의 경우 북미와 유럽 시장이 수출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조6404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 줄었다. 영업이익은 2764억 원으로 같은 기간 0.4% 증가했다. 식품사업부문만 떼어 보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조9721억 원, 16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31.1% 하락했다. 국내 매출액이 6.1% 줄었지만 해외 매출액이 5.1% 늘어 그나마 감소율이 1%대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3분기 북미와 유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40% 성장했다.
중국 의존도가 큰 기업들은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오리온의 3분기 매출은 7749억 원으로 1.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71억 원으로 2.6% 줄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법인의 실적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오리온 중국법인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 12.7% 하락했다. 농심은 중국에서만 매출액이 21% 감소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0.6%, 32.5% 줄었다. 농심 역시 북미 시장 판매량이 늘었지만 수출보다는 현지 생산량이 많아 삼양식품에 비해 ‘환율 효과’를 상대적으로 덜 누렸다는 분석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푸드의 인기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기업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사업이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로 부진을 겪는 가운데, 기존의 중국이 아닌 서구권이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최대 소비 기간이 겹친 4분기(10∼12월)에는 광군제(11월 11일) 등에 힘입어 중국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전망도 나온다. 오리온 관계자는 “광군제와 1월 춘제를 대비한 사전 발주가 겹치는 4분기에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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