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낮추려 수급업체 기술자료 중국에 넘기고 개발 의뢰
과징금 최대 상한에 근접…공정위 “중대한 위반 행위”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에게 납품받던 부품 가격 절감을 위해 중국업체에 기술자료를 넘긴 귀뚜라미에게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으로 귀뚜라미·귀뚜라미홀딩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5400만 원을 부과했다고 18일 밝혔다.
귀뚜라미와 귀뚜라미홀딩스는 수급사업자에게 납품받는 부품의 구매 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부당하게 제공하고, 이와 동일한 제품을 개발할 것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귀뚜라미홀딩스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보일러에 들어가는 센서를 납품하던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32건을 중국에 소재한 경쟁업체에 제공했다. 그 결과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중국 업체는 일부 센서 개발에 성공했으며, 2021년부터는 이를 귀뚜라미에 납품하기도 했다. 현재 귀뚜라미에 대한 피해 수급사업자와 중국업체의 납품 비율은 5대5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공한 기술자료로 제공한 ‘승인원’은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위탁받은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제출하는 서류다. 승인원에는 제품의 구조, 특성, 사양, 제품 도면, 세부 부품의 종류 등이 포함돼 공정위는 기술성이 있는 자료로 판단했다.
또한 귀뚜라미는 2022년 5월에 냉방기의 실외기와 외부 간의 열교환을 돕는 부품인 ‘전동기’를 납품하던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승인원) 2건도 해당 수급사업자의 국내 경쟁업체에 제공했고, 해당 경쟁업체는 전동기 개발에 성공했다.
공정위는 귀뚜라미와 귀뚜라미홀딩스가 수급사업자들에게 기술자료 46건을 요구하면서 요구목적 등이 기재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도 적발해 함께 조치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9억5400만 원은 기술유용 행위가 종료된 2022년 기준으로 과징금 최대 상한(10억 원)에 근접한 금액이다.
김홍근 공정위 기술유용조사과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유용 행위는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돼 지금 현재와 같은 과징금을 산정했다”며 “2023년 1월에 정액 과징금 상한은 20억 원으로 상향됐고, 향후 2023년 이후 위반 행위를 적발했을 경우에는 그 과징금 상한에 따라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번 조치는 부품 단가 절감을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부당하게 제공하는 행위와 기술자료 서면 미교부 행위를 직권조사를 통해 적발·제재한 것”이라며 “업계의 유사한 법 위반 행위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수급사업자의 시장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기술유용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법 위반 행위 예방 활동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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