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K2전차 페루도입 1순위”
KAI, 차세대 KF-21 부품 공동생산
HD현대는 잠수함 공동개발 협약
그동안 유럽과 중동, 동남아 수출에 집중했던 ‘K방산’이 중남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중남미 지상무기 시장 규모만 78조 원을 넘어서면서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로 커졌기 때문이다. K방산은 ‘빠른 납기’와 ‘양산 능력’ 등을 앞세워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16일(현지 시간) 이뤄진 한-페루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HD현대 등이 페루 군 관련 기관들과 방산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향후 페루 육군이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 등 지상무기가 필요할 경우 먼저 공급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향후 페루군이 도입하는 전차의 1순위는 K2 전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KAI도 페루 국영기업 SEMAN과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부품 공동생산 MOU를 맺었다. 페루는 보유 전투기 노후 문제로 KF-21과 FA-50 등의 국산 전투기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4월 6400억 원 규모 함정 4척을 페루에 수출한 HD현대도 잠수함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페루 국영 조선소와 체결했다.
중남미는 유럽과 중동, 동남아 등에 집중된 K방산 수출 지도 확대를 위한 주요 공략지로 여겨진다. 영국 민간 군사정보 컨설팅 업체 제인스인포메이션 그룹에 따르면 올해 중남미 지상 무기 시장 규모는 563억 달러(약 78조5200억 원)로 10년 전인 2014년(45조3300억 원)보다 2배 가까이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잠수함 등 해상 무기, 전투기 등 공중 무기 시장 규모를 더하면 시장 규모는 이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KOTRA는 올해 국가별 시장 진출 보고서를 통해 ‘중남미 국가가 테러조직 분쟁, 치안, 국경지역에서의 국가 간 분쟁 등으로 향후 방산 물자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방산 업체는 페루를 포함해 콜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칠레 등 중남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LIG넥스원은 국내 방산업체 최초로 2011년 콜롬비아에 중남미 사무소를 열고 이듬해 대함 미사일 해성을 수출했다. 최근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 폭탄 KGGB 수출도 노리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콜롬비아, 에콰도르의 잠수함 도입 사업 수주를 위해 국내에 해당국 관계자를 초청해 생산시설 공개, 함정 승선 등의 방산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남미로 방산 수출 지도를 넓히기 위해선 에너지 원자재, 핵심 광물 등을 포함한 ‘패키지 교역’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제난을 겪는 중남미 국가 상당수는 현재 무기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국가신용등급이 3∼7등급이어서 수출입은행 등의 차관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르헨티나도 국산 전투기를 구매하려다 돈이 없어 수입을 포기한 적이 있다”며 “무기를 수출하며 원유, 리튬 같은 핵심 광물, 원자재를 받는 식의 교역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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