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자료 수집 이정희 조사원
1日 평균 160가구, 2만보 넘어
“모든 통계 기초… 끈질기게 확인”
“하루에만 2만 보 이상 걸어 다니면서 골목골목 빠뜨린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된 일이지만 일흔 살이 되더라도 힘에 부칠 때까지는 계속 하고 싶어요.”
경기 구리시에서 통계 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희 조사원(50·사진)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담당하는 일이 국가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에 보람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조사원은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가구주택기초조사’에 투입돼 구리시 모든 주택과 거주 중인 가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시작으로 벌써 20년째 수행하는 업무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며 “올해 조사부터는 반지하와 옥탑의 현황 파악을 위한 첫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빠뜨린 곳이 없도록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지하나 옥탑은 건축물 대장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접 현장을 방문해 통계를 작성해야 할 때가 많다. 이 조사원은 “현장에서 주택을 확인하더라도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지까지 집계해야 한다”며 “만약 거주 여부가 애매하다면 이웃집이나 중개업소를 통해서라도 끈질기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조사 방식과 시스템을 고도화해 조사원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조사원이 2005년 처음으로 인구주택총조사 업무에 투입됐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는 “첫 조사 당시만 해도 종이로 된 지도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가구당 인원수를 손으로 적어 합산했다”며 “2020년에는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조사(CAPI)가 처음 도입됐고 올해에는 실시간 입력 및 통계 검사 기능까지 추가돼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다. 현장 조사 업무가 고되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구리시에 배정된 조사원은 총 13명. 이들은 20일간 약 4만3000가구의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하루에 한 명당 160여 가구를 조사하는 셈이다.
이 조사원은 “골목 구석구석을 방문해야 하는 만큼 차량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하루에 10㎞ 이상을 걷는 일도 잦다”며 “화장실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아 조사 중에는 밥이나 물을 먹지 않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조사원을 그만두지 않는 것은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그간 만나온 사람들 때문이다. 그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거나 홀몸노인 대상 도시락 배달 등은 현장 곳곳을 누비는 통계 조사원이라 가능한 것”이라며 “모든 통계의 기초를 다진다는 자부심과 사람 사는 냄새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을 앞으로 30년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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