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증 당초 올해말 완료 계획
1단계 통과 컨소시엄 한 곳도 없어
기체 공수 맡은 SKT 빠질 가능성
“상용화 좌초될라” 우려 목소리
정부 예산 2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하늘 위 택시’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사업이 첫 실증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는 ‘한국형 UAM(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실증을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11월까지 실적은 제로(0)다. 특히 참여 기업 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SK텔레콤마저 내달 1단계 실증을 마친 뒤 사업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UAM 상용화 시점이 기약 없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K-UAM 사업에서 1단계를 통과한 컨소시엄은 현재까지 한 곳도 없다. 1단계는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UAM 기체를 띄워 기체 안전성과 운항·교통관리 등 운용 능력, 소음 등을 측정한다. 현대자동차·KT·현대건설 등이 참여한 ‘원팀’이 4월 이곳에서 테스트를 했지만 UAM 기체가 아닌 시범 제작한 시제기와 일반 헬리콥터로 진행됐다. 이 컨소시엄은 빨라야 2028년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기체로 1단계 실증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제기나 대역기가 아니라 실제 상용화가 가능한 기체로 1단계를 완수해야 2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아직까지 실제 기체를 활용한 실증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가장 앞서 나가던 SKT·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의 드림팀도 노란불이 켜졌다. 이 컨소시엄은 다음 달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의 기체를 공수해 1단계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체 공수를 맡은 SKT가 1단계가 끝난 뒤 사업을 잠정 중단할 가능성이 커졌다. SKT 경영진은 이달 초 내부 구성원들에게 비용 부담과 사업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SKT는 1단계부터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국토부의 만류로 1단계 실증은 계획대로 진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T 측은 “사업 철수는 아니다. 2단계 실증과 관련해선 국토부와 협의 창구를 열어 두고 있다”고 했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은SKT가 빠지더라도 실증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 기체를 확보하기까지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른 컨소시엄 상황도 만만치 않다. 대우건설·제주항공 컨소시엄은 참여를 아예 철회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주로 참여한 ‘롯데팀’과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 GS건설 등으로 구성된 ‘퓨처팀’은 기체를 구하지 못해 대역기로만 시범 운행을 진행했다. UAMitra(UAM산업기술연구조합 등)는 독일 오토플라이트 기체로 내년 상반기(1∼6월)에나 1단계 실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1∼2026년 그랜드챌린지 실증 사업에 약 795억 원, 연구개발에 약 1340억 원 등 UAM 상용화에 2135억 원 이상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구상은 1단계를 통과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올해 8월부터 인천 아라뱃길∼계양 노선에서 2단계를 시작한 뒤 △고양∼여의도 △잠실∼수서역 등에서 실증을 마칠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 2025∼2029년 초기 상용화, 2030년 본격 상용화를 목표로 했으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UAM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 투자 비용 대비 당장의 실익이 적을뿐더러 사업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이 UAM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체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관중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기체 안전성과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고려할 점이 많다 보니 기술 개발이 장기화되고 비용을 견디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며 “관련 운용 규정이나 법규 제정이 지연되는 것도 사업이 지지부진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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