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nside Out]
케미칼 회사채 재무약정 위반에… 계열사 주가 급락 등 위기설 확산
자산규모 공개 “유동성 문제없다”
전문가 “재무리스크 확대 제한적”
롯데그룹은 21일 “부동산 자산이 56조 원, 가용예금은 15조4000억 원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재계 6위 롯데그룹이 이례적으로 자산 현황을 공개한 건 지난 주말 불거진 그룹 위기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위기설의 출발은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재무약정 위반에서 시작됐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과거 발행한 2조450억 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재무약정 위반 사유가 발생했다. 해당 회사채에는 원리금을 갚기 전까지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등을 유지해야 하는 약정이 포함돼 있었다.
2021년 27.8배였던 롯데케미칼의 평균 이자비용 대비 EBITDA는 지난해 말 2.2배까지 떨어졌다. 롯데그룹은 해당 비율 하락 사유로 “2018년 이후 화학 산업은 신규 증설 누적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급이 악화됐고, 중국의 자급률 향상에 따라 손익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뿐만 아니라 그룹 해체설까지 증권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 여파로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 주가가 한때 급락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연고점 대비 54.5% 하락한 6만6500원(21일 종가)에 장을 마쳤다. 롯데쇼핑과 롯데지주도 고점 대비 각각 36.0%, 36.7% 떨어진 상태다.
롯데그룹은 이날 설명자료에서 롯데케미칼의 재무약정 위반 사유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롯데지주는 “관련 조항은 최근 발행한 회사채에는 삭제된 조항으로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차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공고 및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 개최를 통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룹은 앞으로도 계열사들과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안정적 경영을 유지하고, 필요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기준으로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 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으로 총 4조 원 상당을 확보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롯데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에 중대한 재무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등도 과거 재무약정 완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의 유동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동비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100% 이상이면 안정적, 200% 이상이면 이상적으로 평가된다. 롯데케미칼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50%에서 올해 9월 말 111%까지 떨어졌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롯데쇼핑도 당장 유동성 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이커머스 사업부 출범 이후 누적 적자가 5540억 원 규모인데, 롯데쇼핑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EBITDA는 매년 1조3000억∼1조6000억 원으로 위기설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자료를 내고 “롯데그룹은 화학부문 실적 악화 등으로 그룹 현금 창출력이 저하되고 차입금이 증가하고 있으며, 건설부문의 과중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도 부담”이라며 “가시적인 자구안 실행 성과가 나타나지 못할 경우 실적이 부진한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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