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경제 경보음]
LG도 임원 승진 두자릿수 줄여
신세계-CJ는 조직 통-폐합
롯데 일부 계열사 비상경영체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재계에선 인사철을 맞아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포함한 칼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트럼프 스톰’을 비롯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대비하는 분위기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12월 초 정기 인사가 예정된 SK는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임원 수를 10∼20% 줄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사가 난 SK지오센트릭은 임원 수를 14.3% 줄였다. 한 SK 관계자는 “임원뿐만 아니라 실무진 단계의 팀장 직책 수도 최소화하라는 방침이 내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수펙스 측은 “현재까지 얼마나 줄일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SK는 또 지난해 말 최창원 수펙스 의장 선임 후 올해 계열사 전반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며 조직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다. 올 초 219개에 육박했던 계열사는 합병, 매각 등을 통해 연말까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삼성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에서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임원 수는 줄여 나가는 분위기이고 DS부문은 특히 올 들어 계속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다른 부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도 최근 사과문을 통해 “위기의 모든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정기 임원 인사를 낸 LG그룹도 지난해 대비 신규 임원 및 승진자가 줄었다. 지난해 총 139명이 승진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18명(13%) 줄어든 121명 승진에 그쳤다. LG전자는 임원 승진자가 49명에서 42명으로 줄었고, 특히 업황 위기를 겪는 LG에너지솔루션은 24명에서 14명으로 줄었다. LG그룹 관계자는 “조직을 ‘슬림화’해서 의사결정 효율을 높이고 앞으로 다가오는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도 ‘칼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 정기 인사에서 임원 수를 약 10%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내 트레이더스본부와 판매본부를 영업본부로 통·폐합하는 등 조직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임원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등 일부 계열사에서 조직을 개편하면서 스태프 조직의 부사장 직제가 사라지는 등 임원 자리가 소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특히 최근 2년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규 임원 승진자 수가 대폭 줄었다. 2023년 정기 임원 인사 때는 신규 임원 수가 44명이었는데 올해 2월 단행한 2024년 인사 때는 19명, 18일 발표한 2025 정기 임원 인사 때는 21명이었다.
곧 인사를 앞둔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실적 부진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은 앞서 6, 7월 연이어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롯데지주와 화학부문 계열사 임원들은 이번 달부터 급여를 일부 반납하기로 했다.
희망퇴직과 대대적인 조직개편 바람도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6월 생산직에 이어 이달부터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무직 희망퇴직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LG헬로비전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았다. KT, 엔씨소프트, G마켓, SSG닷컴 등도 희망퇴직을 시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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