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내년 도입 앞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한전 안 거치고 ‘전기 직접구매’ 나서는 대기업
산업용 요금 최근 3년간 72% 올라… 전력 비용 부담 급증하자 직구 나서
에너지 시장 안정 땐 도매가격 이득… LNG 가격 등 요동치면 손해 볼 수도
최근 전력업계에서는 SK가스의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가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이목을 모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자 한전을 통하지 않고 전기를 사서 비용을 아끼려는 시도까지 등장한 것이다.
22일 한국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SK어드밴스드는 최근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하겠다고 거래소에 신청했다. SK가스의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는 프로판을 원료로 각종 플라스틱과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가 되는 프로필렌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석유화학 업종은 전력 소모가 큰 대표적 산업으로 꼽히는데 최근 업황이 악화되자 전력 구입비를 아끼기 위해 대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SK가스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석유화학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기요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이를 줄이기 위해 직접 구매를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력수요자는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거나 자가발전 혹은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아직 전력거래소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실제 승인을 받게 되면 SK어드밴스드는 한전이 전기를 사오는 도매가격에 해당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을 기준으로 전력을 구입하게 된다.
SMP는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가격에 따라 변동성이 큰데 SMP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한전으로부터 고정된 가격에 전기를 사오는 것보다 유리해질 수 있다. 반대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SMP가 높아지면 전력 비용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산업계에서는 SK어드밴스드의 사례가 최근 기업의 전력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진 상황을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달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6.1원(9.7%) 올린 바 있다. 주택용과 일반용 등 다른 전기요금은 올해 동결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의 인상 폭이 kWh당 16.9원(10.2%)으로 더 컸고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kWh당 8.5원(5.2%) 인상됐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53.2%에 이르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기요금 조정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이번까지 총 7차례에 걸쳐 72.3% 올랐다. 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교적 낮은 전기요금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런 이점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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