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기준으로 입주권 따지면 상속 유증 등 공유지분 분배 어려워
‘조합원 지위’ 기준으로 따지면 단독소유권과 공유지분 따로 산정
공유자는 의견일치 때만 권리 인정
부동산 소유 형태는 실로 다양하다. 법은 한 사람이 하나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단독소유를 기본적 유형으로 상정한다. 하지만 거래상 편의나 상속, 유증 등 불가피한 사유에 의해 여러 사람이 하나의 부동산을 공유하는 경우가 잦다.
이 가운데 정비사업에서 문제가 되는 분야는 공유자의 입주권 처리다. 정비업계 실무자들, 법률 전문가, 심지어 재판부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정도로 난도가 높은 법률 이슈다.
가장 논란이 많은 사례는 일부 공유자가 구역 내 단독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가령 갑이 구역 내 A 부동산을 단독으로 소유하고, 동시에 갑이 을과 동일한 구역 내 B 부동산을 공유하고 있다면 이들의 입주권은 어떤 방식으로 분배해야 좋을까.
우선 ‘사람’을 기준으로 입주권을 정리하는 방식이 있다. A 부동산과 B 부동산 공유지분을 가진 갑에게 입주권 하나를, B 부동산 공유지분을 가진 을에게 입주권 하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사람이 아니라 ‘조합원 지위’를 입주권 배분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 있다. A 부동산을 단독소유한 갑에게 하나의 조합원 지위를, B 부동산을 공유하는 갑과 을을 묶어 하나의 조합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A 부동산을 단독소유한 갑에게 하나의 입주권을, B 부동산을 공유하는 갑·을을 묶어 하나의 입주권을 배분해야 한다.
사람을 기준으로 입주권을 배분해야 한다는 전제에 서 있는 실무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같은 입장을 취한 판례도 눈에 띈다. 서울행정법원은 앞선 상황에서 갑이 A 부동산과 B 부동산 공유지분을 합해 독자적으로 분양신청권을 행사하면, 을은 B 부동산 공유지분에 기해 독자적으로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두 가지 점에서 지지하기 어렵다. 먼저 을이 보유한 지분면적이 작아 조례가 정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단독입주권을 받아 과도한 이익을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토지만 보유한 경우 그 면적이 90㎡ 이상이어야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둘째로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 도시정비법은 토지 등 소유자나 조합원이라는 개념을 정립해 두고 입주권은 이 지위로부터 흘러나오는 핵심적 권리로 상정하고 있다. 사람이라는 별도의 입주권 배분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부산고등법원에서는 조합원 지위가 입주권 배분의 근본 기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사람이 같은 구역 내 단독소유권과 공유지분을 동시에 보유하더라도 단독소유권에 따른 조합원 지위와 공유지분에 따른 조합원 지위는 전혀 별개로 취급해 입주권을 따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앞선 사례에서는 갑을 하나의 조합원으로 보고, 갑과 을을 묶어서 또 하나의 조합원으로 봐야 한다. 공유자 중 누가 대표가 될지는 내부적 합의나 선임 관계에 따르되 합의가 안 되면 둘 모두에게 권리행사 기회를 주고 그 내용이 일치할 때에만 한 표의 권리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면 된다. 분양 신청이나 분양계약 체결 등도 마찬가지다.
입주권의 세계는 복잡다단하다. 혼란에 빠지지 않으려면 ‘조합원 지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