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패션업계가 월동준비로 바쁘다. 특히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른 다운재킷은 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성과의 지표가 된다. 매년 겨울이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며 총력전을 기울이는 이유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웃도어 브랜드 간 겨울 패딩 대전에 불이 붙었다. 아웃도어 업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계 매출은 디스커버리(3239억 원), K2(2698억 원), 코오롱스포츠(2653억 원), 네파(2291억 원), 블랙야크(2076억 원) 순으로 국내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패딩의 대명사로 불리는 몽클레르와 에르노를 비롯해 구찌,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들이 신상품을 쏟아내며 기선 제압에 나섰지만,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의 화력이 한 수 위였다. 이는 한국 고유의 패션 브랜드가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과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초개인화 시대, 딥 큐레이션이 대세
올해 다운재킷 경향은 다양성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해 Y2K 트렌드와 함께 짧은 기장의 크롭트 다운재킷이 유행이었다면, 올해는 크롭트부터 미들 그리고 롱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취향을 고루 반영한 다양한 기장과 스타일의 다운재킷이 대세를 이룬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은 작년 폭발적인 인기로 매장마다 동이 나는 사태를 일으킨 ‘켈리 구스다운 패딩’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경쾌한 기장의 ‘켈리 미드 다운 패딩’과 허리까지 오는 짧은 기장의 ‘켈리 숏다운 패딩’을 추가해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 K2도 널뛰는 날씨를 고려해 일상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경량 소재의 ‘KTR 엣지 패딩’과 솜털 비율을 95%로 끌어올려 극강의 보온력을 자랑하는 ‘골든 K95’를 선보였고, 코오롱스포츠 역시 벨티드 장식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쿠치 다운’, 박시하게 떨어지는 크롭트 스타일의 ‘뉴볼륨’, 코트처럼 단정하고 격식 있는 ‘웨더 다운’ 등을 차례로 출시하며 상황에 따라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대응했다. 이 외에도 프리미엄 라인과 남성 라인을 늘리며 소비자층을 강화한 네파와 일상과 아웃도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다운재킷을 제안한 블랙야크도 있다.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패션업계는 라인업 확대는 물론 신규 브랜드 론칭으로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서 선보이는 남성복 브랜드 빈폴맨은 야외 활동에 특화된 캡슐 라인 빈폴냅을 지난 11월 론칭했다. 빈폴냅은 ‘빈폴’과 작은 언덕을 뜻하는 ‘냅’의 합성어로, 일상과 레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흐름에 맞춘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를 표방한다.
알래스카는 캐주얼 브랜드 폴햄의 캠핑 및 아웃도어를 위한 겨울 시그니처 라인으로 숍 in 숍 형태로 출범한 후 고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상품 라인을 대폭 확대하면서 발전했다. 다운재킷을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웃도어는 더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을 위한 취미 활동이 아닌 엄연한 패션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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