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에 근로법까지, 생존 위협받는다” 호소
“근로자 보호는 회사 규모에 따라 차별할 사안 아니다” 반론도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야, 철야 영업을 하는 24시간 편의점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현장 상황을 알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정부는 781만 명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며,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자의 권리를 차등보호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 적용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재정적 부담이 적은 규정부터 먼저 적용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2일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성과 및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단계적 방안 마련을 위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주 52시간제, 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가,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등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면 상시근로자가 1~4명인 사업장도 주52시간제를 지켜야 하고 휴일 근로 시 통상임금의 50~100%를 더 지급해야 하는 등의 변화를 맞게 된다.
정부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법 적용을 예외로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781만 명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원래 취지인 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경제적 부담만을 지우게 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5인 미만 사업장이 많은 PC방, 숙박업, 편의점 등의 업종은 대다수가 폐업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24시간 운영이 많은 편의점 업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인 편의점은 야간 근로자에게 야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데,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1.5배 수준의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새벽에 아예 문을 닫는 편의점이 속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경기 용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모 씨는 “주휴수당을 줄 형편도 안 돼서 시간대를 나눠서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는데 야간 수당까지 주라는 건 장사하지 말란 얘기”라고 했다.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가족을 고용하는 경우만 늘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대표자의 가족(배우자, 자녀)이 포함되지 않는 점을 노린 소위 ‘가족 경영’이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조 모 씨(64)는 “최저임금도 내년부터 1만 원을 넘어가는데 각종 수당까지 지급해야 한다면 사실상 고매출 점포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재정적 부담이 없는 규정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처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규정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관련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는 등 확대 적용이 본격화되면 대규모 상경 시위 등 반대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 3건을 발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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