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보여주기식 정책” 목소리
“R&D투자사들 혜택 받기 어려워
20년간 이월-적자때 환급 등 절실”
“바이오펀드도 쪼개서 제때 지원을”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술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연구개발(R&D) 초기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26일 바이오의약품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의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백신 외에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술을 추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액공제는 흑자를 내는 순간부터 받을 수 있지만 조특법상 R&D 비용 등 통합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흑자전환이 되는 시점까지 최대 10년간 이월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상 신약을 개발해 이익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년에서 15년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5년가량의 초반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금은 회수가 어렵다는 얘기다. 생산 비중이 높은 일부 대기업은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지만 정작 R&D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약 개발사들은 세액공제 혜택에 제한이 생기게 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기업당 1000억 원 이상의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국내의 한 백신 개발사는 “호흡이 긴 바이오 산업 특성을 고려해 이월 기간을 20년으로 확대하거나 적자인 상태에서도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2∼3년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지만 신약 개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산업 특성을 이해한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의 벤처캐피털(VC) 투자금은 4208억 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던 2021년 1조6770억 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뒤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조성한 ‘K바이오·백신 펀드’ 역시 바이오 산업 특성을 반영해 좀 더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500억 원 규모로 1, 2호 펀드를 결성했으며,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 및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인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일부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펀드의 규모나 투자 대상이 현재 한국 바이오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후기 임상을 지원하기에는 펀드 규모가 너무 작고, 당장 자금 수혈이 필요한 초기 신약 개발사들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차라리 소액 펀드를 여러 개 결성해 필요한 기업에 제때 지원하는 편이 신약 개발사들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펀드를 목적에 맞게 세분화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지원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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