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발(發)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여파로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나섰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 100.7로, 10월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CCSI는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크면 낙관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달 CCSI는 100을 넘겼지만 전달 대비 하락했다.
특히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향후경기전망·현재경기판단·생활형편전망·현재생활형편·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 중 향후경기전망이 전월(81) 대비 7포인트 하락한 74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1월(72)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조사 기간 내에 미 대선 결과가 발표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 한국의 수출이 둔화하고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집권을 앞두고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도 후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둔화와 그에 따른 투자 감소를 1%대 성장률의 배경으로 꼽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고관세 정책도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 등 관세와 관련해서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자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07.5원까지 치솟았다. 오후 3시 반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전일 대비 4.0원 내린 139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도 26일 13.98포인트(0.55%) 내린 2,520.36에 장을 마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발언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7%가량 오른 107.47까지 치솟았다.
한편 한은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편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한다.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은이 또다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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