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부터 때리는 트럼프 관세]
‘멕시코 25% 관세’에 한국기업 초비상
관세 붙으면 美서 가격경쟁력 잃어… 완성차-부품소재 업계 연쇄타격
“美 관세정책, 아군-적군 안 가려”… 한국, 트럼프의 핵심 타깃 우려도
“멕시코에서 진행하던 투자는 모두 전면 재검토입니다.”
자동차부품 업계 고위 임원은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즉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하자 이같이 말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무관세 효과에 따른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혜택을 기대하고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한국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에는 연간 40만 대 생산이 가능한 기아 공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와 각 협력업체의 생산기지가 있다.
멕시코 현지 법무법인인 문두스의 엄기웅 대표변호사는 “25%는 현지 전망치 10%보다 훨씬 무거운 수준”이라며 “멕시코에 투자한 한국 생산법인의 90%가량이 북미 시장 진출이 목표라 투자 전략 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 직격탄 맞은 ‘니어쇼어링’ 한국차
멕시코는 값싼 인건비와 미국 무관세 수출 혜택으로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이 몰려 있다. K4, 리오 등 소형 세단 위주로 완성차를 만들고 있는 기아만 해도 올해 10월까지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판매된 19만7671대 중 11만8779대(60.1%)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기아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옵션을 제외한 시작가 기준 2000만∼4000만 원대 가성비 모델들로 관세가 얹어지면 미국 판매 가격이 높아져 경쟁력에 타격을 입게 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 멕시코 공장은 미국 수출 전진기지로 낮은 가격대의 차량 생산을 전담해 왔다”며 “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멕시코 공장은 미국 수출 전진기지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멕시코 완성차가 타격을 입으면 부품·소재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과 가전제품에 쓰이는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공장을 멕시코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멕시코에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어(고정자+회전자) 1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내년 준공을 목표로 제2공장을 짓고 있는 상태다.
멕시코에 북미 수출기지를 두고 있는 가전업계 관계자도 “미국에만 생산망을 구축한 월풀 등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관세 폭탄은 이제 시작”… 韓 경제 타격 우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의지를 밝혀 왔지만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미국 기업도 멕시코에 공장이 있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자국 기업의 피해를 감안하더라도 관세를 마약 퇴치, 불법 이민, 중국 견제, 자국 투자 유치를 위한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방위비 증액과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온 만큼 한국도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의 핵심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제조기)이라고 부르며 한국이 최근 합의의 9배에 이르는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방위비로 부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대미 무역수지 흑자 등을 이유로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초청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반도체·방산·조선 분야에서 한미 협력 안건을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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