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첫 재건축 지정]
“죄송합니다. 집주인 전화가 걸려와서요.”
27일 오후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시범우성·현대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선도지구 발표가 나자마자 아파트 소유주들의 전화가 몰려와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 공인중개사는 “최근 대출 규제로 두 달 동안 매매를 1건밖에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오늘은 매도 호가를 올려도 될지 묻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분당 양지마을과 샛별마을 등에서 첫 재건축 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은 벌써부터 집값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당은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선도지구에 속한 양지마을 6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8월 전용면적 84m²가 17억3000만 원에 거래돼 연초 대비 3억 원가량 올랐는데 현재 호가는 이보다 1억 원가량 높은 18억 원대”라며 “앞으로는 이 가격의 거래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다만 단지 내 학교 위치가 사업성을 가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양지마을 재건축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토지신탁 측은 “이번에 분당신도시에서 선정된 선도지구는 모두 단지 가운데 학교가 있어 학교 남쪽은 고밀 개발이 불가능하다”며 “사업성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정부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선도지구에서 탈락한 수내동 파크타운 일대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선도지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에 소유주들이 연초 대비 매물을 많이 거뒀고, 상가 보수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며 “이제 매도는 물 건너간 것 같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2차 선도지구’ 지정은 없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번에 탈락한 곳들은 재건축이 하염없이 늦춰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기도 했다. 분당의 한 주민은 “가뜩이나 선도지구에 지정된 단지들이 원래부터 분당 내 대장주인데 비슷한 동네에서 가격이 더 벌어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연차별 정비물량 목표 내에서 재건축 단지 순서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시각 경기 고양시 일산은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했다. 선도지구에 포함된 후곡마을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단지는 중대형 평형이 많고 일산역 초역세권이라 사업성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일산 지역 집값이 2021년 대비 많이 떨어진 데다 이달 초 고양 대곡이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백송마을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역을 비롯해 최근 대곡 지역 그린벨트 해제 계획까지 발표돼 오히려 재건축이 완료됐을 때 미분양 우려가 크다”고 했다.
실제로 강촌마을 8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84m²가 지난달 5억7500만 원에 거래됐다. 2021년 동일 평형 최고가 거래액(8억1000만 원)의 71%에 불과하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매호가가 연초 6억 원 정도에서 현재 6억 원 초반대로 별로 오르지 않았다”며 “선도지구에 대한 기대가 애초에도 큰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분담금에 대한 걱정도 컸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에서 84m² 아파트가 최고 10억 원 미만에 거래되다 보니 분양가를 12억 원 이상 받으면 미분양 우려가 있고, 적정 수준으로 책정 시 분담금이 수억 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사업이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성남=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고양=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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