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5곳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에 돌입할 13개 구역, 총 3만6000채가 확정됐다. 1991년 입주 시작 33년 만에 도시 정비 사업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 분담금 문제를 비롯한 사업성 확보와 이주 대책 마련 등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시 등은 27일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선도지구는 올해 8월 시행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첫 단지다.
선도지구 13곳 내 주택 수는 3만5897채다. 1기 신도시 전체 가구 약 39만2000채의 9.2%다.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이 각각 1만948채(3곳), 8912채(3곳)이다.
정부는 내년에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2027년 이주 및 착공, 2030년 입주까지 마친다는 목표다. 신도시별로 169∼216%였던 용적률을 300∼350%로 높여 고밀 개발하기 때문에 재건축 후 주택 수는 총 1만 채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사비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사업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기간 대규모 이사 수요 발생에 따른 이주 대책 역시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도시 33년만에 첫 재건축 2027년 착공… 공사비-이주대책 ‘숙제’
[1기 신도시 첫 재건축 지정] 샛별마을 동성 등 분당만 1만948채 일산 8912채-중동 5957채 등 선정… 12조 펀드 조성해 초기자금 지원 공사비 급등에 사업성 만만찮아… “입주 빨라야 10년뒤” 전망도
정부가 27일 1기 신도시에서 13곳만 먼저 재건축을 하기로 한 건 복잡한 이해관계와 규제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이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신도시 첫 입주 33년 만에 재건축 물꼬를 텄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진 않다. 사업성 확보와 이주 대책, 광역 교통망 개선 등은 당장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또 여러 단지가 함께 통합 재건축을 하는 만큼 분담금 규모에 따른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 尹 임기 마지막 해 2027년 착공 목표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발표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는 13개 구역, 3만5897채다. 이 중 1만948채는 선도지구 선정 경쟁이 치열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에 배정됐다. 분당 선도지구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샛별마을 동성·라이프·우방·삼부·현대’를 비롯해 ‘양지마을 금호 등’ ‘시범단지 우성 등’ 3곳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는 백송마을 1·2·3·5단지, 후곡마을 3·4·10·15단지, 강촌마을 3·5·7·8단지 등 3곳(8912채)이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경기 부천시 중동에서는 △반달마을A △은하마을 등 5957채, 경기 안양시 평촌은 △꿈마을금호 등 △샘마을 등 △꿈마을우성 등 5460채가 각각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경기 군포시 산본 선도지구는 △자이백합 등 △한양백두 등 2곳(4620채)이다. 선도지구 공모를 신청한 구역 대다수가 주민 동의율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 공공기여나 주차대수 등이 당락을 가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선도지구와 별도로 분당 목련마을 빌라단지(1107채), 일산 정발마을 2·3단지(262채) 등 연립주택 단지 2곳도 재건축을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선도지구들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에 기존 주민들이 이주를 완료해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완공 후 입주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속도전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금융 및 행정 지원 방안을 함께 내놨다. 12조 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해 정비사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분양 수익이 들어오기 전까지 사업 자금을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다 보니 이자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또 공사비가 상승한 상황에서 갈등 요소를 줄이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이 분담금 산출 작업을 맡기로 했다.
● 전문가 “빨라야 10년 뒤 입주 가능”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용적률 혜택을 더 받기 위해 추가 공공기여를 약속한 구역이 적지 않아 사업성 확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사업성은 주민들이 내야 하는 분담금과 직결되기 때문에 분담금이 예상보다 많아지면 반대 주민이 늘어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분담금은 구역의 용적률, 가구 수 등 워낙 변수가 많아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최소한 가구당 수억 원을 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산, 중동, 산본에서는 재건축을 해도 분양 수익이 적어 분담금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금까지 ‘일단 되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걸림돌이 적지 않다. 공공임대 등 공공기여 물량이 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문제가 닥치면 주민들이 선뜻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선도지구 13곳 모두 인근 단지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만큼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통합재건축 입주 시점은 빠르면 10년, 느리면 20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 대책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내년부터 수도권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공급 절벽’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수만 채의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더해지면 수도권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밀한 계획이 없다면 이주 수요가 몰려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고 매매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재건축 이주민만을 위한 이주 단지나 주택을 짓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주변 신규 택지나 유휴부지 개발, 공공임대, 노후 영구임대 재건축 등을 활용해 이주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여기에 재건축 완료 후 인구 증가에 대비한 광역 교통대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체적인 이주 대책과 광역교통 개선안은 다음 달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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