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금융사 온정주의가 사고의 원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9일 03시 00분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단기 성과 집중해 고객 보호 약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신상필벌의 조직 문화를 확립하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내에 아직도 온정주의적인 조직 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해 금융 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준법의식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은행지주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점포와 인력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 등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 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며 “이 때문에 고객 보호와 내부 통제 기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임 중에도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행위가 발생했다고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중에도 전임 회장 친인척 대출 관련 불법 행위가 확인돼 중점 검사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됐는지, 통제 기능은 작동했는지, 작동하지 않았다면 왜 안 했는지 점검해 12월 중 결과를 언론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금감원이 최근까지도 유사한 부당 대출이 상당수 실행됐다고 확인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임 회장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 원장은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와 관련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5년,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총괄 사업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고, 사업 부문 분리 매각으로 중장기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를 화두로 삼아 논의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영풍 측의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번 주부터 감리로 전환해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이복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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