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단기 성과 집중해 고객 보호 약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신상필벌의 조직 문화를 확립하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내에 아직도 온정주의적인 조직 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해 금융 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준법의식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은행지주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점포와 인력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 등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 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며 “이 때문에 고객 보호와 내부 통제 기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임 중에도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행위가 발생했다고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중에도 전임 회장 친인척 대출 관련 불법 행위가 확인돼 중점 검사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됐는지, 통제 기능은 작동했는지, 작동하지 않았다면 왜 안 했는지 점검해 12월 중 결과를 언론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35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금감원이 최근까지도 유사한 부당 대출이 상당수 실행됐다고 확인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임 회장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 원장은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와 관련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5년,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총괄 사업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고, 사업 부문 분리 매각으로 중장기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를 화두로 삼아 논의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영풍 측의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번 주부터 감리로 전환해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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