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 공개
작업자가 팔 들어올릴때 받쳐줘… 어깨 관절부하 60% 줄이는 효과
충전 필요 없는 ‘무동력 로봇’ 형태… 내년 상반기 현대차-기아 공장 공급
언뜻 보면 조끼같이 생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했더니 갑자기 영화에 나오는 ‘아이언맨’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힘을 줄 때마다 마치 팔뚝 상완근을 누군가 손으로 함께 밀어주는 것 같았다. 3kg짜리 아령도 쑥 뽑히듯 들어 올려졌다. 힘이 세진 느낌이다 보니 전동 드라이버로 자동차 하부에 너트를 끼우는 것도 피로감 없이 반복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7일 경기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회사가 개발한 착용 로봇인 ‘엑스블 숄더’를 최초로 공개하고 상용화를 발표했다. 2018년 산업용 착용 로봇 연구를 시작한 현대차가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엑스블 숄더는 팔을 위로 반복적으로 올려야 하는 ‘위보기 작업’에 적합한 로봇이다. 손을 머리 위쪽으로 들고 자동차 하부에 각종 부품을 체결하는 작업에 사용하기에 적당해 보였다.
윤주영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관절로보틱스팀 팀장은 “위보기 작업 근로자들은 하루에 적게는 3000번, 많게는 5000번 이러한 동작을 반복한다. 이때 어깨 관절 손상이 발생하고 피로와 부담감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엑스블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엑스블 숄더의 원리는 간단하다. 로봇에 들어가 있는 스프링의 탄성에너지가 작업자의 팔을 뒤에서 받쳐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면 10kg 무게의 공구를 들어올려도 그 무게감이 약 7kg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각각 60%와 30%씩 낮출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현대차는 2022년부터 현장 근로자 300여 명에게 체험을 부탁한 뒤 이번 제품에 반영했다. ‘작업자의 땀 냄새가 배지 않게 하라’는 요구에 부응해 빨래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무거우면 안 쓸 것’이라는 지적에 무게는 초기 설계보다 40% 가벼운 1.9kg으로 경량화했다. ‘충전은 번거롭다’는 목소리도 있어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 ‘패시브 로봇’ 형태로 만들었다.
김영훈 로보틱스사업1팀 팀장은 “엑스블 숄더 보급 이후에 ‘작업을 오래해도 아프지 않아 좋다’, ‘상대적으로 근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더 효과적이다’ 등의 긍정적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착용 로봇 시장은 전망이 밝다. 한국의 경우 올해 제조업 분야 근로자 평균 연령이 43세로 10년 전 대비 3.8세 증가했다. 내년에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을 고려하면 노동자 고령화 추세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작업을 보조할 로봇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커스터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4억 달러(약 3조3444억 원) 수준에서 2033년 136억 달러(약 18조9502억 원)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1∼6월)부터 현대차와 기아 국내 공장에 엑스블 숄더를 공급할 계획이다. 2026년에는 유럽,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주는 ‘엑스블 웨이스트’,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 등도 개발해 시중에 내놓을 예정이다. 김 팀장은 “향후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산업안전보건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육체의 한계를 만난 이들이 그 한계를 넘어가는 발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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