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5년만에 2연속 금리인하]
2연속 금리인하 부작용은
환율 오르면 물가 상승 압박
대출 늘어 부동산 들썩일 위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차갑게 얼어붙은 경기에 어느 정도 온기를 불어넣는 순기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에 시달리던 가계의 이자부담이 줄고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더 나아가 금리 인하가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내수시장을 회복시킬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경제성장률을 0.07%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날 “내수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 인하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예상보다 빠른 2차례 연속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가 극도로 부진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이번 인하로 환율과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전망으로 이미 환율이 치솟은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가 달러 가치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장중 1410원을 넘어 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후 여전히 1390원대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 격차가 더 확대됐는데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가면 환율이 더 오를 수밖에(원화 가치 하락) 없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재과열 가능성을 더 큰 문제로 꼽는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6월 말 대비 18조 원 늘어난 1913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다만 당국이 9월부터 규제에 나섰고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여 4분기(10∼12월) 들어서는 가계 빚 증가세가 꺾여가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 은행들의 대출 총량이 초기화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증할 수도 있다”며 “금리를 미리 내려놓은 상태에서 경기도 안 좋은데 부동산까지 다시 과열되면 그때 가서 대응할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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