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최근 제기된 유동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토지 자산 재평가, 백화점 및 호텔 매각 등 자구책 동원에 나섰다. 그룹의 상징이자 현재 가치가 6조 원대로 추산되는 롯데월드타워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등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 주요 계열사들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교직원공제회에서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 같은 자구 계획을 발표했다. 기관투자가 300여 명이 몰린 이번 설명회에는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쇼핑은 7조6000억 원 규모의 보유 토지 자산을 재평가한다. 롯데쇼핑이 토지 자산을 재평가하는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의 토지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면 자산 가치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론 그룹 재무 여건과 유동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09년 실시한 자산 재평가에서는 3조6000억 원 평가 차액이 발생해 부채 비율이 102%에서 86%까지 내려간 바 있다.
자산 매각도 추진한다. 롯데백화점은 점포 효율화를 통해 부산 센텀시티점을 비롯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놔 회사채의 신용도를 보강한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2조450억 원 규모 공모 회사채와 관련 투자자들과 맺은 재무 특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투자자가 만기 전 자금 회수를 요구) 사유가 발생했다. 시장에서 불안감이 확산하자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받기로 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통해 회사채의 신용도 높이면서 재무 특약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업 분야에서는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군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초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하고 첨단소재 매출을 8조 원까지 성장시킨다는 방침을 이날 공개했다. 롯데건설은 이자 비용 축소를 위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기로 했고, 호텔롯데 역시 호텔 브랜드 중 ‘L7’과 ‘시티’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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