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수요 덕분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PC, 모바일 등에 사용되는 범용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반도체 겨울’ 수준으로 떨어져 전체 성장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1월 범용 D램인 DDR4 8Gb(1Gx8) 제품(PC용)의 가격은 1.35달러로 전달 대비 20.6%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재고 과잉을 겪었던 9월(1.30 달러)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해당 제품 가격은 올 4월 2.10달러까지 회복됐다가 8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들의 D램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중국 업체들의 생산 확장 탓에 가격이 떨어졌다”며 “당분간 추가 하락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낸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1월 범용 낸드인 128Gb(16Gx8) 제품(메모리·USB용)의 가격은 2.16달러로 전달 대비 29.8% 떨어졌다. 트렌드포스 첫 집계(2015년 8월) 이후 지난달에 역대 최저로 떨어졌는데 이번에 더 하락한 것이다. D램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과잉 재고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첨단 분야 수요는 강하지만 구형(레거시) 분야는 실적이 악화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레거시 쪽은 이미 지난해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상황이 나쁘다”라며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침체가 지속되며 올해 연말까지도 분위기가 특별히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전날 대비 2.3%, 0.5%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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